"미국이 경제·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대규모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만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만은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일 뿐 아니라 동북아와 동남아를 두 전구(戰區, 작전 및 전쟁구역)로 나누는 기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지난 5일 공개)은 "유리한 재래식 전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여전히 전략적 경쟁에서 필수"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 차단에 주력하려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반도체 경쟁에서 치열하게 각축하는 ‘재코타(JaKoTa, 한국·일본·대만)’ 3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특히 한·중 관계와 미국의 대만 방어 구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은 보다 정교한 외교적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동북아에서 대만 문제는 사실상 각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 가늠하게 하는 리트머스지처럼 인식된다. 미국의 기본 전략은 역내 동맹의 군사 역량을 강화해 대중(對中) 견제 진용을 구축하고, 유사시 동북아 주둔 미군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NSS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국은 '경제·기술적 우위'와 '재래식 전력의 우위'가 결합돼야 중국의 패권 추구를 효과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해상 방어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군대를 구축할 것이지만, 미군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대만이라는 핵심 반도체 공급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하면서 실질적 부담은 동맹이 더 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한국을 콕 집어 “모범 동맹”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국을 추켜세운 것 같지만, 사실은 더 큰 기여를 하라는 독려로 볼 여지가 크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조정 단계에 있다”며 “산업·기술 협력을 안보 프레임에 통합해 동맹에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시간표도 급박하게 설정했다. 미국은 내년 혹은 2027년을 상정한 워게임(war game·모의 전쟁 연습)을 잇따라 진행하며 대만 유사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능한 시점으로 2027년, 2035년, 2049년을 지목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마치도록 지시했다"면서다.

이처럼 재코타 3국이 안보의 중심을 미국에 두고 중국의 압박에 맞서는 지정학적 위협 요인을 공유하는 가운데 최근 중·일 간에 직접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시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발언한 게 촉발제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그간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에 부과했던 제재를 모두 해제하는 등 연이어 일본에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며 밀착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주목할 대목은 전방위 공세에 가까운 중국의 대응 수위다. 사실 일본 지도자의 '대만 유사시'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는 "대만의 유사(有事·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미·일 동맹의 유사"라고 했다. 중국은 "불장난 하다 타 죽는다"(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실질적 조치는 주중 일본 대사 초치 및 항의 정도에 그쳤다. 아베가 전직 총리이긴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난 6일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표적 삼아 비춤)하는 등 군사적 긴장까지 불사하는 지금과는 달랐다.
이와 관련, 윤석정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대만 유사와 관련해 미국의 안보 정책에서 일본은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중국의 대만 봉쇄와 전면 침공 등 모든 시나리오에서 일본의 지원과 협력 없이는 미국이 제대로 된 군사 개입을 할 수 없다"며 "과거엔 미국이 '창' 역할을 하고 일본은 '방패'를 담당했다면 이젠 일본의 역할이 '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곧 중국이 일본을 본보기로 삼아 역내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에도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한국에도 '일본처럼 창 끝이 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엄포를 놓는 셈이다.

정부는 “중재와 조정 역할”(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외신기자 간담회)을 강조하며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설명자료(팩트시트)에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의 중요성”과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문안을 담는 등 기존 정부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기 어렵고 대만도 이런 구조적 한계를 알기에 한국에 더 큰 역할을 당장 요구하긴 쉽지 않다”며 “미국도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한·일에 요구하는 수준이 다른 만큼 한국은 주어진 기대치 안에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갈수록 중국의 일방주의적 강압이 심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 같은 3자적 입장을 취하며 관망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명확하게 '안미경미(안보·경제 모두 미국에 의존)' 노선을 택할 수 있는 일본·대만과 달리 한국의 국익은 '안미-경미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미·중 모두와 협력)'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국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 유사시 미국의 한·미 동맹 현대화에 따른 주한미군 참여 요구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은 군사적 관여 범위와 북한의 오판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며 “연루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공급망과 안보를 함께 보는 복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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