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낯선 청춘의 감정을 아름다운 미장센(Mise-en-Scène,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무대 장치 및 구성)으로 그린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창작 초연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길버트 아데어의 소설 ‘The Dreamers(원제:The Holy Innocents)’를 원작으로 프랑스 68혁명 당시 청춘들의 불완전함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03년 개봉한 영화 ‘몽상가들’은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극의 배경이 되는 1968년 프랑스 파리는 학생들의 시위로 혼란스러웠다. 학생들은 교육 개혁과 자유를 요구했고 노동자와 연대해 전국적인 총파업을 이끌었다. 몇 주 동안 프랑스 사회는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이는 이후 프랑스의 사회 구조와 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는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의 영향으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영감과 비전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제작됐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피아니스트를 쏴라’, ‘쥘과 짐’ 같은 예술적인 영화를 비롯해 정치적 급진주의와 혁신, 구조주의적 실험, 도덕적 감수성을 다룬 작품들이 봇물을 터지듯 탄생했다. 수많은 시네필(영화광)과 시네마테크(상영관)는 프랑스 문화 산업을 만들어갔다.
극의 주인공이자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시네필인 프랑스인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68년 파리의 대학생으로 자유롭고 이상적이며 낭만적이다. 시네마테크를 중심으로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으며 프랑스 영화 보존과 복원의 선구자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의 해임을 반대하며 정부의 통제에 반대했다.
혁명이 발발하자 그들은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어 숨어든다. 영화를 사랑했지만 막상 혁명이 일어나자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떨어져가는 생활비, 동료들의 희생, 현실적인 압박에 용기를 내 거리로 나선다. 시위 현장에서 ‘매튜’는 총에 맞아 죽고 ‘테오’와 ‘이사벨’은 군부에 쫓긴다.
극은 이런 세 청춘의 불완전함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혼란스러움과 내적 갈등, 성장하는 자아를 현대적 춤과 시각적 장치로 구현한다. 얇은 커튼 뒤로 보이는 침대와 집은 그들의 순수함과 이상향을 나타내고 날아드는 돌멩이과 쌓여진 의자는 혼란스러운 외부 시위 현장을 나타낸다.
‘정치적 혁명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혁명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68혁명에서 그들은 투쟁한다. 안전한 집을 나서 그들이 사랑한 영화와 예술을 위해 싸우고 권위주의와 전쟁, 정부, 인권침해에 반대한다. 청춘의 열정과 열망은 사회 운동으로 이어지며 위태롭게 빛난다.
극을 연출한 천유정은 “찰나에 빛나고 사라지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며 “뮤지컬 무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1968년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가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몽상가들’의 미장센을 뮤지컬의 무대 언어로 구현하려는 흔적이 돋보이며 청춘들의 불안과 열망, 사랑과 우정, 미숙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배우들의 몽환적 연기로 전달된다.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12월 8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