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식품기업 오너일가 가운데 윤호중 hy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타사 오너들 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배당을 챙겼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호중 hy 회장은 지난해 팔도에서 441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전년(215억원) 대비 2배 이상 오른 액수다. 팔도는 hy그룹 지주사로, 윤호중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기업이다.
2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이재현 회장은 3개 상장 계열사에서 전년보다 3000여만원 오른 약 37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 기업으로는 ▲CJ 368억3000만원 ▲CJ제일제당 4억3000만원 ▲CJ프레시웨이 3200만원이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CJ제일제당이 2024 회계연도 배당금을 500원 올린 6000원으로 결정하면서 소폭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작년 1조3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올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식품 4개 계열사에서 약 284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325억원)보다 약 12.5% 줄어든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롯데지주 165억2000만원 ▲롯데쇼핑 109억9000만원 ▲롯데웰푸드 6억원 ▲롯데칠성음료 3억6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신 회장의 배당금이 줄어든 건 롯데지주가 배당금을 줄여서다. 롯데지주는 각각 300원 줄어든 보통주식 주당 1200원, 종류주식 주당 125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2.4% 줄어든 3339억원, 순손실 9382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식품업계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인상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K-푸드 인기로 실적을 선방하거나 양호한 성과를 낸 기업의 경우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소폭 인상하거나 기존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팔도는 지난해 실적이 악화했음에도 배당금을 대폭 늘렸다. 팔도는 작년 매출이 5279억원으로 전년(5423억원) 대비 2.6%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전년(287억원)보다 46.6% 줄었다. 순이익 역시 2023년 1284억원에서 지난해 101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팔도는 지난해 중간배당 390억원, 결산배당 51억원, 총 411억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작년 배당성향은 43.5%로, 전년(16.7%)의 2.5배 수준이다. 실적 악화와 배당금 수령 등으로 이 기간 현금성자산은 529억원에서 32억원으로 급감했다.
윤 회장의 배당금이 대폭 오른 건 중간배당이 2배 이상 올라서다. 앞서 팔도는 2023년 중간배당 164억원, 결산배당 51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팔도 측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배당이 오른 배경에는 러시아법인 등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한 점이 반영됐다고 한다. 결산배당으로 집계되는 hy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의 경우 전년과 동일한 51억원을 유지했다.
지난해 러시아법인의 배당 총액은 공개 전이지만, 팔도의 러시아법인 도시락코야와 도시락루스는 실적은 악화했다. 도시락코야는 작년 당기순손실 22억원으로 전년(17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고, 도시락루스는 당기순이익 1041억원으로 전년(1419억원)보다 26.6% 감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오너일가 '과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팔도는 윤호중 hy 회장의 지분 100% 개인회사로, 배당금 전액이 윤 회장에게 귀속된다. 기업의 영업성과와 무관한 배당성향의 대폭 인상에 대해 주주환원이라는 그렇듯 한 명분조차 내세울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팔도 관계자는 "작년 내수 부진과 원가 압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중간배당은 러시아 등 해외 사업 호조로 배당금을 수령한 점을 반영해 단행했다. hy(결산배당)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51억원 배당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