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무역전쟁,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경기 등 안팎의 어려움에 직면한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크게 향상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3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과시키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소비·투자 진작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번 회의에서는 차기 5개년 계획에서 시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 관철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중심으로 위대한 부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5년간 이뤄야 할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주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 수치는 내놓진 않았지만 2035년까지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1인당 GDP은 중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중국이 내놓은 최우선 과제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가속화하고,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역사적 기회를 잡고, 교육 강국,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 건설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며, 국가 혁신 체계의 전체 효율성을 높이고, 자주 혁신 능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하며, 과학기술 발전의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원천 혁신과 핵심 기술 난제를 강화하고,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깊은 융합을 추진하며, 교육 과학기술 인재 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디지털 중국 건설을 깊이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강력한 국내 시장 구축과 새로운 발전 구도 가속화도 제안했다. 내수 확대를 전략적 과제로 삼고 민생 혜택과 소비 촉진, 새로운 투자 수요 창출을 추진하며 소비와 투자,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 상호 작용을 촉진하고 국내 대순환의 내재적 동력과 신뢰성을 강화할 것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를 크게 진작시키고, 효과적인 투자를 확대하며,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단호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신속히 구축하고 고품질 발전 동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도 제안했습니다.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확대하고, 다자간 무역 체제를 유지하며, 국제 순환을 확장하고, 개방을 통해 개혁과 발전을 촉진하며, 세계 각국과 기회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자주 개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무역 혁신 발전을 추진하며, 양방향 투자 협력 공간을 확장하고, 고품질의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며 다자주의와 대외 협력을 내세웠다.
농업과 농촌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농촌의 전면적인 진흥을 착실히 추진하는 내용도 회의에서 논의했다. 도농 융합 발전, 빈곤 퇴치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농업 강국 건설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균형 발전 전략과 국토 공간 발전 구도의 최적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4중전회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2027년) 목표를 예정대로 달성하고 국방과 군 현대화를 고품질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를 실천할 것을 요구하며 시 주석의 군 장악력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선진 전투력 개발 가속화, 군 통치 현대화, 통합 국가 전략 체계와 역량을 공고히 하고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의 국가 시스템은 공산당이 방향을 제시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집행하고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단일대오’ 구조다. 중국이 최근 생성형 AI 모델, 전기차, 스마트폰, 인터넷 생태계 등에서 이뤄낸 혁신이 장기간의 국가적 투자와 지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번 15차 5개년계획에서 중국이 내놓을 비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이 첨단기술 자립에 사활을 건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기술이 곧 안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중전회에는 중앙위원회 위원 168명과 후보위원 147명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상무위원회 위원과 관련 부서 간부들도 회의에 참석했다. 제20차 당대회 대표단 중 일부 기층 대표와 전문가, 학자들도 회의에 참석했다고 신화통신은 덧붙였다.
4중전회가 폐막하자마자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회를 24∼28일 연다. 15차 5개년계획은 내년 3월 양회 기간에 개최될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공식 승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