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스티븐 로치 "中 가계소비 비중 40%→50% 늘려야"

2025-10-23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폐막을 앞두고 향후 5개년 경제 청사진의 내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월가 대표 중국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가 중국이 보다 공격적인 소비 부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 시간) 로치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다가오는 15차 5개년 계획에서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10년 안에 50%까지 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부진한 부동산 경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중국산 수출 견제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지금의 중국 경제는 과거보다 훨씬 위급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며 국내 소비자가 바로 그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서방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루펑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월 “수요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향후 5~10년 내 5~10%포인트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경제사상실천연구소 소장도 “1위안의 정부 지출이 4위안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1조 위안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안팎에서 소비 부양 요구가 커지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 내수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3분기 GDP는 전년대비 4.8%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세부 지표를 보면 수출과 생산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소비가 발목을 잡았다. 9월 기준 수출과 공업생산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8.3%, 6.5%를 기록한 반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3.0%에 그쳤다.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경쟁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9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7.7%로 우리나라(5.1%)의 세 배를 웃돈다. 경기 둔화 속 안 그래도 저축 성향이 높은 중국인들은 지갑을 더 굳게 닫고 있다. 중국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기준 43.8%로 세계 평균(약 26%)을 크게 웃돌며,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약 40%) 역시 글로벌 평균(56%)과 선진국(60%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4중전회에서 유의미한 소비 부양책이 제시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기술 굴기’를 국가 안보와 동일선상에 두고 첨단 산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4중전회 기간 내내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며 첨단산업 중심의 경제전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신품질 생산력’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3중전회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 모델을 뜻한다.

중국 당국이 아직 뚜렷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이미 올해 상반기까지 5.2%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연간 5% 안팎의 성장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지난 20일 3분기 성장률(4.8%)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기초와 뒷받침이 있다”면서 “올해 목표 달성에 유리한 조건이 여전히 많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첨단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까닭에 소비 부양책을 내놓을 여력이 현실적으로도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4중전회에서) 중국 정부는 기술과 공급 주도의 경제구조를 제시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결정적인 내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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