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즐거운 사라’ 쓰고 감방 갔다

2024-10-14

시대탐구 1990년대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1970년생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습니다. 대학 측은 작가가 동의하면 명예박사 학위를 주거나 교수로 초빙할 계획입니다. 20년 일찍 같은 과를 다닌 이가 있습니다. 1951년생 고(故) 마광수 교수. 하지만 두 사람의 궤적은 판이합니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가디언) 등의 해외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1992년 여대생 ‘나사라’의 섹스 라이프를 묘사한 소설『즐거운 사라』를 냈던 마 교수는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습니다. 사라는 이제 자유로워졌을지, 마광수의 시대를 돌아봅니다.

1992년 10월 29일 대학 중간고사가 막 끝난 무렵 이른 아침. 연세대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 집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로 딱딱한 말투가 들렸다.

‘그 책 때문일 테지….’ 전년에 쓴 『즐거운 사라』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판매 불가 결정을 받고 전량 수거된 데 반발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할 참이었다. 윤리위도 발끈했는지, 곧바로 다시 판매 금지를 결정하고 검찰에 알렸다.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되뇌며 검찰청으로 향했다.

조사실엔 『즐거운 사라』를 재출간한 도서출판 청하의 장석주 대표가 이미 와 있었다. “새벽에 집으로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혀 왔다”고 했다.

나름 모범생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연세대 국문학과에 수석 입학해 모든 과목을 A로 졸업했다. 26세에 등단한 뒤 2년 만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되자 ‘최연소 대학교수’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윤동주 시의 핵심 정서를 ‘부끄러움’으로 정의하며 학문적 인정도 받았다. 그런 인생이 한순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음란물 배포 및 제조 혐의. 불과 세 시간 뒤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책은 ‘금서’가 돼 독자로부터 격리됐다. 서울구치소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시간 만에 진행됐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오한이 몸을 감싸기도 했다. ‘설마 실형이 나오진 않겠지….’ 학자로만 살던 그에게 두려움이 엄습했다.

시대탐구 1990년대 〈4화〉 목차

📌“변태 성행위 선동” 시대의 왕따

📌지금은 문학 음란성 심사 사라져

📌즐거운 사라 아직도 금서인 이유

📌마광수에게 보내는 서갑숙의 편지

※ 다양한 시대탐구 1990년대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③“난 포르노 주인공이고 싶다” 그 후 25년, 서갑숙의 지금

전 인간의 기본 욕구를 식욕과 성욕으로 나눈 프로이트의 이론을 원용해 문학 이론화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식욕에 탐닉하던 시대가 지나고 이젠 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성 문제를 은폐하기보다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공론화시키기 위해, 또 제 문학 이론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설화해 리얼하게 그렸습니다. 사법부에서 선처한다면 다시는 이런 류의 글을 안 쓰겠습니다.

92년 12월 3일 1심 공판에서 마 교수는 작품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다시는 안 쓰겠다고까지 하며 선처를 구했다. 그런 그를 앞에 두고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피고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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