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지털자산 인식 과거 머물러… 제도권 편입 속도 내야” [2025 세계금융포럼]

2025-11-27

세션2 - 디지털 자산 규제 및 이슈

전 세계 결제·환전수단으로 부상 불구

韓 제도 미비로 글로벌 흐름에 뒤처져

美 스테이블코인 송금액 카드사 제쳐

유럽·日도 관련 제도 도입 등 적극 나서

기본법 제정·그림자 규제 철폐 화두로

금가분리 원칙 완화 촉구 요구도 거세

“원화 기반의 건전한 시스템 구축 중요

성장 토대 마련을 위한 규제 이뤄져야”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주요 국가에서 결제·환전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관련 제도 미비로 인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글로벌 금융 서비스 확산에 한국이 소외되며 ‘갈라파고스(고립)’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27일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5 세계금융포럼’에선 가상자산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 필요성과 이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및 이슈’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윤민섭 빗썸 정책협력총괄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는 2017년 발표된 가상투기 통화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에 머물러있다”며 “그 결과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실명계좌 연동, 외국인 및 법인의 거래 금지라는 규제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일본, 홍콩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금융시장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제대로 된 규제 및 법안이 없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의 말처럼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기본법인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된 미국의 경우 지난해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송금액만 총 27조6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미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연간 거래량을 넘어선 수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활발해지면 좋은 건 결국 미국이다. 테더나 서클 같은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할수록 미국 국채 수요는 늘어나고 세계 자본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윤 이사는 “미국뿐 아니라 물론 유럽과 일본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관련 법규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금융당국이 국내 자본 유출이나 관련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담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올해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가운데, 법안 세부 내용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윤 이사는 “올해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언급하며 (관련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후 한국은행이 반발하는 등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선 지니어스법(미국)과 미카법(EU)으로 각 국가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허브로 나서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이 2017년 규제에 묶인 현 상황을 그대로 두면 결국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자산시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입법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현재 발행사 주체와 감독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은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과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은행이 대주주가 되면 스테이블코인 특유의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민간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공동검사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후 토론에서 서병호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제도화를 통해 ‘그림자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실장은 “유럽의 미카법이나 미국의 지니어스법을 참조해 글로벌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ETF 도입은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고,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는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보관관리를 금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글로벌 적합성에 맞지도 않다”며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인 1은행 1거래소 규제도 이용자의 선택권 제한과 혁신유인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고, 법적 근거도 없어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 어디에도 유사 규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동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효용성을 강조하며 발행인 자본금 요건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최근 금융당국 안팎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쓸 곳이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 간 결제와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를 위한 파킹 머니 및 담보로도 활용되는 등 사용 용도가 많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포기하기보단, 실험과 학습이 가능한 건전한 구조로 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은 온라인 쇼핑 등 결제서비스와 담보자산 및 대출에서 80%가 활용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전통 금융시장의 활용처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현재 발행인 진입 규제, 즉 자본금 요건과 관련해 5억∼50억원 사이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5억원의 경우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50억원의 경우 혁신 기업의 진입 저해가 우려된다”며 “20억원 이상을 기본으로 하되 단계적 및 차등적 요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도와 개방성은 산업 위축이 아닌 신뢰 가능한 성장의 토양 마련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갈라파고스화 방지와 소비자 피해 방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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