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현지 일간지 더내셔널, 완판 소식 전해
트럼프 “스코틀랜드 사랑한다” 강조하며 인연 과시
스카치위스키 관세 해결하려던 스코틀랜드는 ‘빈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면 전면에 실린 신문이 완판됐습니다. 이제는 포스터나 티셔츠로 구매하세요.”
트럼프 대통령이 닷새간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2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더내셔널은 엑스에 이 같은 공지를 올렸다.
매진된 신문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 도착에 맞춰 발간된 것으로 그의 사진과 함께 “유죄 판결받은 미국 중범죄자 스코틀랜드 도착”이라는 제목이 전면에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머니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찾아 “우리는 스코틀랜드를 사랑한다”고 외쳤지만, 현지 여론은 싸늘했다. 그를 중범죄자로 지칭한 신문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BBC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애버딘셔 발메디에서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약 15~20분간 회담했다. 두 사람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스코틀랜드 위스키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니 수반에 대해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스코틀랜드를 사랑한다”면서 어머니의 고향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연을 강조했음에도 스코틀랜드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없었다. 스위니 수반은 미국이 영국산 스카치위스키에 부과하는 10% 관세 철폐를 요청했지만, 공식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스카치위스키가 “이전할 수 없는 스코틀랜드만의 특산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제 해결을 기대해왔다.
스카치위스키는 영국 식음료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은 최대 수출 시장으로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9억7100만파운드(약 1조6936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북해 석유는 영국에는 보물 상자인데 세금이 너무 높아 터무니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풍력발전단지를 “흉물”이라고 지칭하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에버딘셔 자산 인근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막기 위해 스코틀랜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5년 영국 대법원에서 패소한 것과 연관이 있다.
크리스 카만 글래스고대 교수는 도이체벨레(DW)와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인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1.76점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은 공동체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인구 550만명인 스코틀랜드의 가장 큰 정치적 대립 선은 좌우가 아니다. DW는 스코틀랜드에서 영향력 있는 정당들은 모두 중도좌파이며, 대신 여론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 독립해야 하는지를 두고 갈라져 있다고 했다.
스위니 수반도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 미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앞서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발언에 대해 “인종청소를 조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니와 회담 직후 “전 세계 곳곳에 불을 끄러 가야 한다”면서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BBC는 이번 방문을 정치 일정과 사업, 골프를 함께 진행한 이례적인 일정으로 평가했다.
카만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의 결정 한 방에 세계가 좌우되는 시대에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며 “앞으로도 스코틀랜드 정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