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 사는 전보현(4)양은 지난 16일 동생 전도형(2)군과 함께 각각 1450일, 1010일가량 기른 배냇머리 약 25㎝를 잘라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했다.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인 어머나운동본부는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을 따서 만든 비영리단체다.
2020년 12월생인 보현양과 2022년 3월생인 도형군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자란 머리카락을 기저귀를 떼고 어린이집에 다닐 때까지 머리카락을 길렀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알기나 할까 싶었는데 보현양은 “아픈 친구들이 빨리 나아서 같이 모래놀이를 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매일매일 행복하길 바라요”라며 웃었다.
머리카락 기부는 보현양이 병 치레로 병원에 다니다 우연히 알게 되면서 계획됐다고 한다. 병원 안에 비치된 머리카락이 없는 환아 사진을 본 보현양이 “엄마, 내 머리카락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생인 도형군도 누나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1450일 간 남매가 머리카락을 기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보현·도형 남매의 어머니 이연진(41)씨는 “매일 밤낮 아이들의 머리를 감고, 말리고, 묶는 일이 반복됐다”며 “긴 머리를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아이들이 불편함을 견뎌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도형군은 긴 머리 때문에 종종 여아로 오해를 받았고, 빨리 스포츠머리로 이발하라는 주변 시선에 속앓이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름철 땀띠는 남매가 함께 겪은 훈장이었다.
지난 14일 수원 영통구의 한 미용실에서 난생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보현양은 “가위가 조금 무섭고 떨렸지만, 이거(자른 머리카락)로 친구들 머리를 만들어서 빨리 선물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날이었는데도 남매는 미용 가위와 이발기를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냈다고 한다.
어머니 이씨는 “아이들이 해낸 매일의 작은 노력이 이웃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두 줌의 머리카락이지만, 아이들의 나눔이 진심 어린 사랑과 배려의 가치로 비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나운동본부는16일 자로 남매에게 생애 첫 기부증서를 발급했다. 증서엔 “후원자의 따뜻한 관심과 소중한 나눔으로 소아암 어린이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꿈을 이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썼다.
어머나운동본부에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방법은 길이 25㎝ 이상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어 자른 뒤 서류봉투나 작은 상자에 포장해 ‘서울 노원구 화랑로45길 24, 3층’으로 보내고, 홈페이지에 기부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기부받은 머리카락은 하루 4명, 매년 1500여명씩 발생하고 있는 20세 미만 어린 암환자의 심리적 치유를 돕기 위한 맞춤형 특수가발로 제작해 무상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