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요소다. 우리는 농산물을 통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 일상을 살아간다. 이처럼 농산물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인간과 늘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해결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농업인과 소비자 간의 ‘신뢰’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저온, 저일조, 폭염, 가뭄, 병해충 등으로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 여건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는 안전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농산물을 기대한다. 현재 우리 농업의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이 간극을 좁히는 핵심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적정한 농약 사용이 그 주요 수단 중 하나이다. 농약 사용으로 병해충 피해를 줄여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하지만, 반면에 잔류농약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농업인은 농약의 안전 사용 지침을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우리 농산물의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위한 농업인의 의무다.
정부는 2019년부터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수입한 식품에 사용된 농약 성분을 등록하고, 해당 농약의 잔류 허용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등록되지 않은 농약 성분에 대한 기준은 일률적으로 0.01mg/kg을 적용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농산물은 출하 전에 전량 폐기한다. 생산단계부터 국민의 신뢰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재배 전 과정에서 농약을 비롯한 유해 물질을 설정 기준 이하로 철저히 관리하고 생산했을 때 비로소 ‘안전 농산물’이라 부를 수 있다. 제때 적합한 농약을 사용하고, 수확 전까지 안전 기간을 확보함으로써 ‘땅에서 식탁까지’ 위해 요소를 엄격히 통제한 농산물이야말로 그 값어치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할 수 있다.
영농 현장에서는 일부 농업인의 농약 혼합사용으로 인한 약해(藥害)가 발생하고 있다. 흔히 영양제라고 부르는 제4종 복합비료를 농약혼용가부표(農藥混用可否表)의 기준과 다르게 농약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작물의 생육 저해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농촌진흥청 고객지원센터에 접수된 현장 기술지원 요청 27건 중 절반가량(48.1%)이 농약 혼용으로 인한 작물 피해 사례였다. 이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요구된다.
농촌진흥청은 안전한 농약사용을 위해 농업인과 농약 판매인의 교육을 강화하고, 농약 오·남용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기술지도에 힘쓰고 있다. 또한,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현장 기술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농업기술정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농업기술상담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실효성 있는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 지원을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공급에 힘쓸 것이다. 나아가 지속 가능한 농업과 국민의 건강한 삶을 실현하는 선도 기관으로서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상호 기획조정관은 우수공무원으로 2012년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으며, 기획재정담당관을 두 차례 (2016~2018, 2021~2022) 역임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전한 농산물 #소비자 신뢰 #국민의 건강한 삶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