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불능 수표를 발행해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꾸민 이른바 ‘깡통수표’로 투자자들을 속인 8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이달 6일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범행을 주도한 B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는 지급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고액의 수표를 발행해 B씨에게 제공함으로써 3명의 피해자 및 그들에게 자금을 대여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임을 일체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범인 B씨에 비해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비교적 가볍고, 현재 87세의 노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주범인 B씨에게 ‘깡통수표’를 제공해 B씨의 사기에 일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A씨가 마치 큰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속인 후, 수표를 보여주고 “해당 수표로 원하는 금액을 현금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발행 수수료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했다. 이들이 피해자 3명에게서 받은 돈은 총 1억 7820만 원에 달한다. 실제로 A씨가 B씨에게 제공한 수표는 A씨가 미국 C은행에서 발행한 자기 명의의 수표였지만, 해당 은행 계좌에는 액면금에 상당하는 금액이 예치되지 않아 은행에 청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발행한 수표는 실제로 미국 은행을 통해 발행된 것이며, B씨의 범행에 가담하거나 피해자들을 기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에 따라 A씨가 미국 C은행에서 이 사건 수표를 발행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들이 기망당한 핵심 요소가 이 사건 각 수표의 경제적 가치인 점을 고려하면, A씨가 B씨에게 이 사건 각 수표를 제공한 행위 그 자체로 B씨의 사기 범행에 공모해 공동으로 가공한 행위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