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은 사절. 이제 사우나서 비즈니스 회의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네트워킹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술자리 대신 사우나에서 투자 유치와 사업 미팅을 진행하는 '소셜 사우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사우나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첨단기술 및 테크 업계에 불고 있는 '안티 알코올' 움직임과 맞물려 기존의 술자리 중심 비즈니스 문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핀란드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야리 살로마(46)는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컨퍼런스에서 사우나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했다. 수영복 차림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기자가 1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살로마는 "핀란드에서는 사우나가 일상의 일부이며, 화장실만큼이나 흔하다"면서 "과거 노키아 헬싱키 사무실에도 사우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샌프란시스코, 뉴욕, 콜로라도 등에서 '소셜 사우나' 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뉴욕 플랫아이언 지구에 오픈한 '아더십'은 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사우나로 나이트클럽을 연상케 하는 조명을 갖추고 있다.
아더십의 창업자 로비 벤트(40)는 "젊은 테크 기업가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에서도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핀테크 투자자 쉴 모노트(42)는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셜 사우나 행사를 공동 주최했으며, 나파밸리의 포도원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도 이동식 사우나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벤처 투자자 헬렌 서빌론(35)은 "벤처캐피털(VC)들은 많은 사교 활동을 하는데, 술자리나 식사 모임만 하다 보면 정말 지친다"며 "요즘은 해피아워 제안을 받으면 사우나나 하이킹으로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CEO 라일라 다니엘센(55)은 "VC를 만나 투자 유치를 할 때 비키니 차림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며 "계약이 성사된 후에나 사우나에서 만나는 걸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