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K영화의 위기? 이젠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할 때죠”

2025-08-11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여전히 명료하고 명확하다. 도전적이고 화끈하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 개봉을 앞두고서 또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그는 ‘K영화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을 내놨다.

“국내 영화 시장이 사장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K영화의 위기’란 말은 매 시기 있어왔어요.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바뀔 때 혹은 그 이후 환경적 시스템이 바뀌어 올때마다 그랬죠. 영화계는 외부적인 것에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한국적인 이야기, 한국만의 콘텐츠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전보다 더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고요. 과거에는 극장용이 되려면 영화 자체의 스펙터클과 동일시 했는데,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사소하고 작은 감정들이 모여 큰 걸 이뤄낸다는 것에 요즘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잖아요? 슴슴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들어내는, 그런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깊은 맛이 통하는 것 같아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매력도 함께면 좋고요. ‘악마가 이사왔다’가 가진 성정처럼요.”

스포츠경향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강혜정 대표에게 ‘악마가 이사왔다’ 제작기와 외유내강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질문1. 한국영화계 굵직한 입지를 점한 제작사로서, 외유내강이 끌리는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모든 제작자가 같을 거예요. 재밌는 이야기에 끌리죠. 하지만 전 가급적이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찝찝한 느낌이 있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이 든다고 생각되는 시나리오는 잘 안 집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저도 날을 세우는 걸 좋아했지만, 살아보니까 세상을 보는 시선이 좀 더 넓어져서 그런지 후벼파는 이야기보다 토닥토닥해주는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요즘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목표인데요. 그 하루를 충만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질문2. 그런 이유에서 ‘악마가 이사왔다’를 선택한 것도 있겠네요?

“맞아요.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요. 또 이상근 감독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오롯이 ‘이상근 월드’를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서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게 있어요. 그가 가진 특유의 따뜻함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바라는 위로일 수도 있겠는데요. 특히 극 중 ‘길구’(안보현)가 자신의 쓸모를 찾고 싶은 욕구로부터 시작해 ‘선지’(임윤아)를 도와주며 자신도 어른이 된다는 성장의 기록이 정말로 기특하게 여겨졌여요. 다들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라지만, 이 작품만이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정서가 평양냉면처럼 슴슴해도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매력 포인트가 될 거로 믿어요.”

▶질문3. 영화 개봉 전 각본집을 출간하는 마케팅도 이례적인데요?

“비하인드가 있어요. 원래 각본집을 진행하려던 업체에서 못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출판사 무제를 운영 중인 배우 박정민에게 전화해 ‘사장님,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했죠. 지난 7월 초에 각본집 만들려고 모아둔 모든 자료를 몰아줬는데, 작업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도 퀄리티가 좋았고, 박정민이 진심을 다해 이 각본집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고마웠어요. 작고 사소하지만 귀엽고 귀한 것들을 좋아하는 박정민에게 이 영화의 결이 잘 맞았나 싶기도 했고요. 각본집을 보면 영화가 더 궁금해질 것 같아서 이례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 전날 판매를 시작했어요. 박정민 덕분에 초동이 완판됐고요. 정말 귀한 도움이었어요.”

▶질문4. 외유내강만의 사훈이 있나요? 제작사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회사명인 ‘외유내강’ 자체가 기조가 될 수 있겠죠. 평소엔 물 흐르듯이 흐르다가 선택할 땐 단호하게 돌파한다. 어떤 부침이 있어도 버텨낸다는 뜻이에요. 그런 생각들이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외유내강을 만든 걸 수도 있는데요. 최근 20주년 상영회를 하면서 느낀 건, 흥행하던 흥행하지 못하던, 혹은 논란이 있었던 작품들까지도 모두 내게 훈장을 준 작품들이라는 거였어요. 스코어가 좋으면 멋진 훈장이 될 것 같지만, 사실 다 지나고 나면 한편 한편이 주는 자부심이 명예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런 면에서 ‘악마가 이사왔다’ 역시 이상근 감독과 내가 함께 도달하려고 했던 것을 성취했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질문5. 스크린 속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하는 데에도 진심인 것 같아요?

“당연하죠. 영화는 감독의 메시지기도 하지만 결국 배우의 입으로 발화해 전달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배우들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은 관객들의 결정에 의해 젊은 배우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잘 대처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런티 이슈로 인해서 영화를 선택하지 않으려는 배우들도 있지만, 전 젊은 배우들이 영화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시험하고 도전한다면 그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을 거라고 꼭 당부하고 싶어요. 많이들 도전해줬으면 합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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