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1승이 아니라 100승도 할 수 있어.”
영화 ‘1승’의 대사이다. 송광호 배우가 주연인 이 배구 영화는 영화적 재미 못지않게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내 귀에 꽂힌 것은 저 한 마디였다.
영화에서 말하는 ‘나를 아는 것’은 메타인지와 관련된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불리는 메타인지는 보통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쉽게 말해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알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말한다.

최근엔 학업 성적과 관련해서 메타인지 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영화에서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여”라고 표현했다.
MZ세대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최근 MBTI의 인기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장, 단점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에게 ‘당장 시험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각각 20점과 80점의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 각기 다른 학습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니,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에 기반한 학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볼께요’였다. 지능 검사를 대비해 공부하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미루는 것처럼 본인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