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김복연씨가 눈물로 써내려간 글이다. "없는 살림이지만 잘 살아 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었다"는 부부였지만, 나이든 남편은 어느 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홀로 남은 김씨는 집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집 밖으로 나왔고, 웃음을 되찾았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사무치게 그립다. 남편이 생전 좋아하던 곤드레밥을 지어 먹어도 예전 맛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사랑합니다"라며 "오늘도 잘 살아보려 한다"고 의지를 다진다.
작년만 1.5만명 떠나…남은 '자살 유족' 고통
김씨의 글은 올해 자살 유족 수기 공모집에 실렸다. 20~21일 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연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자살로 상처받은 유족들이 치유와 위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한 애도를 하기 위한 날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해에만 1만4872명의 자살 사망자가 나왔다. 그에 따른 슬픔과 아픔은 온전히 남은 가족, 친구, 동료들의 몫이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은 죄책감, 분노 등이 뒤섞여 오랫동안 고통을 겪곤 한다. 헤어진 시기가 몇 년 전인지, 며칠 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심하면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들을 '자살 생존자'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정부는 사후 관리 서비스, 치료비, 자조 모임 등 자살 유족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회가 날 선 편견 대신 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살 유가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서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뒷말을 하고, 공감보다는 의심이 돌아올 때가 많았다"는 허희연 씨의 수기가 잘 보여준다.
사회적 편견 상처지만…"혼자 아냐" 버텨내
남편, 딸, 오빠, 아버지 등을 잃은 유족들은 절망을 넘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공감, "다시 힘을 내자"는 희망을 담아 펜을 들었다.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가족·지인부터 다른 자살 유족, 정신건강복지센터까지. 그렇게 마음을 공유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자신의 상처를 이겨낸다. 그러다 동료 지원 활동가 등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의 '버팀목'이 되곤 한다. 자신도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혼자 외딴 섬에 떨어진 기분이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나 혼자였던 적은 없었다. 가족, 지인들, 상담선생님, 아들이 옆에 있었다. 주변을 둘러본다면 응원군들이 옆에서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손영미)
수기 마지막에 자살 유족들이 남긴 메시지도 원망과 후회보단 그리움과 사랑에 방점이 찍혔다. 그리곤 말한다. 힘들면 누군가에게 기대라고,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고.
"안녕, 잘 지내지, 내 삶의 보호막."
"오빠는 정말 최고의 오빠야.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나도 오빠를 기억하며 살아갈게."
"어느 날 하늘이 부르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가벼이 날아올라 그리운 아들과 상봉하고 싶다."
"이 시간에도 그 어디선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자살은 한순간의 선택이지만 남아있는 유가족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그 생각 멈추고 긴 호흡하며 내일을 생각해 보자. 자살 거꾸로 하면 '살자'. 살아보니까 살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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