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재산분할서 제외"…SK, AI·사업재편 탄력

2025-10-16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에 따른 경영권 리스크가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과 함께 사실상 해소 국면에 들어섰다. 대법원이 2심의 재산 분할 결정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며 다시 심리하도록 판결해 1조 3000억 원이 넘었던 최 회장의 재산분할 액수는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그룹의 지배구조도 안정을 찾으며 최 회장이 구상하는 인공지능(AI) 확산과 사업 재편이 탄력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간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2심 결과를 파기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SK㈜ 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우호지분은 약 25% 수준에 달한다. 당초 재계에서는 2심 당시 재산 분할 액수(1조3808억 원)가 그대로 확정됐다면 최 회장 지분의 일부 매각이나 추가 담보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의 지분이 더 줄어든다면 자칫 과거 '소버린 사태'처럼 외부 적대 세력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재산 분할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SK㈜는 SK하이닉스(000660),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의 중심인 만큼 최 회장 지분이 줄어들면 그룹 전체의 지배력과 경영권 방어력이 흔들릴 수 있다. 재산 분할 액수가 줄어들면 최 회장은 보유 현금과 향후 확보할 배당금 등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경영권을 안정화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벗어난 SK그룹의 투자 시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그간 인공지능(AI) 대전환을 미래 성장전략으로 삼고 AI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등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오픈AI 등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AI 메모리 1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고, 배터리 부문에서는 SK온이 미국 조지아 공장 2단계 완공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테라파워와 소형모듈원전(SDR)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투자 등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기로 하고, 내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기로 한바 있다.

최 회장은 개인적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긴 만큼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문제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에도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법원 판결 후 미국으로 출국해 17일(현지시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격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빅샷들과 AI 사업 확대 등을 논의한다.

최 회장은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물밑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아 글로벌 기업들의 AI 협력 등을 주도한다. 내달 3~4일에는 SK가 주관하는 AI 서밋에 참석하고, 6~8일에는 그룹 최대 경영회의인 'CEO 세미나'에서 미래 사업 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등 숨가쁜 행보가 예고돼 있다. SK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비자금으로 SK가 성장했다는 오해가 해소된 만큼 구성원들의 명예와 긍지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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