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300억, 재산형성 기여 불인정"…지배구조 붕괴 우려에서 벗어난 SK

2025-10-16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조30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은 면했지만 고등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다시 다퉈야 하는 만큼 이혼 소송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악은 피한 만큼 인공지능(AI) 대전환을 비롯한 최 회장이 제시한 SK그룹의 새로운 성장전략은 차질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을 경우 SK그룹은 최 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흔들릴 위기였다. 현재 SK그룹은 SK㈜가 지주회사로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최 회장은 이 SK㈜의 지분 17.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만약 원심대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 분할 대상에 SK㈜ 지분이 포함되고 분할이 1조3000억 원이 넘었다면 최 회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SK㈜의 지분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해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일단 원심이 파기된 만큼 고법에서 다시 사실 관계를 다투겠지만 대법원이 쟁점이 된 △30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이 자산 형성에 기여한 지 여부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리를 오해해 판결했다고 적시한 만큼 앞으로도 최 회장과 SK그룹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대법원에서 최 회장의 SK㈜ 지분에 대해 특유재산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고법에서 판결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법에서 최 회장의 특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분할 금액은 다소 줄어들 지언정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악의 상황은 피한 만큼 SK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다 최근 한국의 AI·반도체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인 만큼 최 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이혼소송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만큼 경영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결혼식을 올렸으며 최 회장이 2015년 12월 언론에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이 결렬되면서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도 2019년 12월 입장을 바꿔 반소를 제기하며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 수준인 648만7736주의 분할을 청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과 함께 위자료 명목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사람의 순 자산 합계를 약 4조원으로 산정하고 재산 분할 규모를 최 회장 65%·노 관장 35%로 정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노 관장 측은 상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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