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블랙 리스트(수출 통제 기업 목록)’에 올린 중국 AI 회사(기관)는 2개다. 벤처기업 즈푸(智譜)AI와 비영리 조직인 ‘베이징 인공지능 아카데미(BAAI)’가 그들. 이 두 곳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탕지에(唐杰·48) 칭화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가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건 2006년이다. 탕지에는 같은 해 생성형 AI 기반의 학술 논문 검색 플랫폼인 ‘A마이너’를 개발했다(www.aminer.cn). 여기 수록된 논문만 약 3억3000만 편. 어려운 과학기술 논문도 5초면 쓱싹 요약해준다. 요즘 하루 약 3만 명이 방문해 논문 정보를 검색한다.

졸업 후 칭화대에 남은 그는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임용돼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2019년에는 A마이너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 즈푸AI를 설립했다. 지난 1월 ‘블랙 리스트’에 오른 바로 그 회사다. 탕 교수는 즈푸AI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AI 모델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탕지에 연구팀이 대형 언어 모델(LLM)인 ‘우다오(悟道)2.0’을 발표한 건 2021년 6월이다. 1조7500억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적용했다. 이는 당시 오픈AI의 챗GPT3.0보다 약 10배 많은 수준이다. ‘우다오2.0’은 스푸트니크와 같은 존재. 이를 계기로 중국 AI 기술은 미국과 견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다.
‘우다오2.0’의 표면적인 개발 주체는 베이징 시정부 산하 비영리 조직인 BAAI다. BAAI가 시정부·칭화대·즈푸AI 등을 연계해 개발한 형식으로 발표됐다. 즈푸AI가 ‘우다오2.0’을 BAAI에 헌납한 셈이다.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인 ‘하모니OS’와 유사한 유통 방식이다. ‘하모니OS’도 개발사인 화웨이가 정부 산하 조직인 ‘개방 원자 재단’에 헌납하고, 재단이 이를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BAAI는 ‘우다오’ 시리즈 등 AI 모델 소스를 오픈 플랫폼에 올려 공개하고 있다. 인재를 발굴해 키우고, 국제 세미나를 조직하고, 정책 건의도 한다. 정부와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잇는 ‘국가 AI 생태계의 허브’였던 셈이다. 미국이 지난 25일 이 조직을 ‘블랙 리스트’에 올린 이유다. 그 생태계에 ‘영혼’을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탕지에다. 미국에 그는 ‘위험 인물’일 수밖에 없다.
탕 교수는 국내파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이 그랬듯, 유학 경험 없이도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 AI는 그렇게 토착 자생력을 갖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