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세계·알리 결합, 혁신 성과 보여줘야

2025-09-18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우리나라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신청한 합작회사(JV) 설립을 승인했다. 조건부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두 그룹은 각기 한국과 중국에서 벌여온 유통업 노하우를 살려 5대5 소유의 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운영하게 됐다.

각기 다른 특성와 성장 배경을 가진 두 나라 유통회사가 뭉친 것도 특이하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요동치는 이 형국에 매머드급 e커머스 회사가 시장에 새로 등판하는 자체가 파장이 적잖다.

하루에도 몇번씩 좌판의 주인공이 바뀌듯 유통시장은 요란법석하다. 그래서 바람 잘날 없다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여기선 영원한 적도, 식구도 없다. 잘 팔고, 고객 많이 확보하는 자가 왕조에 앉고, 앉은이는 순식간에 바뀌곤 한다.

두 그룹은 각자의 약점을 보완해 치고나갈 파트너가 절실했다. 알리바바는 중국에선 절대적 입지를 굳혔지만, 야심차게 띄운 알리익스프레스가 신뢰성과 고객만족도 면에서 뒤떨어졌다. 미국 시장은 관세 때문에 아예 손을 떼야할 지경이었다.

신세계 역시 G마켓·옥션을 품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선 파죽지세인 쿠팡의 위세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그룹내에선 오프라인에 다져진 고객층을 온라인까지 확장시키는데 한계를 보였다. 무엇보다 쓰라린 중국시장에서의 경험을 e커머스까지 되풀이해선 안됐다.

이런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난 것이니, 결합력이 떨어질 것은 없다. 다만, 덩치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뭔가 판을 흔드는 정도가 아닌 기존을 깨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아마 합작회사가 역점을 두고 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예로부터 '장사'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이번 당국의 '조건'에도 붙어 있듯이 초기 3년간 우리나라 고객의 구매 관련 정보는 철저히 신세계에 의해 통제·관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것이 깨지는 그 순간, 이 회사는 한국 고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신뢰의 첫 시험기간이다.

이후 정상 궤도에 오른다면, 한국시장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 가까운 일본시장은 특히 라쿠텐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있지만 합작 형태의 확장을 타진해 볼 만하다. 미국 위주 세력 재편기, 한-중-일 3국이 섞인 새로운 유통 강자의 출현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날 경쟁당국의 승인은 첫 발에 불과하다. 진짜 신뢰성을 갖춘 e커머스분야 새 경쟁 기업의 출현은 우리 소비자는 물론 주변국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추동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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