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되겠냐"며 롯데몰 하노이 입점 꺼리던 브랜드…파격 '이익 셰어'로 설득

2025-09-17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 인근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들어선 2023년 9월 전까지 허허벌판이었다. 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매장들이 몰려 있는 하노이 시내 호안끼엠에서 10㎞나 떨어진 곳이다. 롯데백화점이 2016년 이곳에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고 하자 대부분의 브랜드사들은 “장사가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내에서도 먼 데다 인근에 이렇다 할 관광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새로운 방식의 수수료 체계를 고안해 브랜드사들에 제시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입점 시 고정 임대료를 내고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나오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입점 후 매출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기본 고정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브랜드사로서는 초기 부담이 줄어든다. 5년을 설득한 끝에 글로벌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입점을 결정했다. 오픈 5~6개월을 앞두고는 다른 브랜드사들도 입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국내 유통 기업 중 가장 먼저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롯데마트의 현지 진출도 쉽지 않았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한 일본의 기업들이 CPTPP에 가입한 베트남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는 것과 달리 비회원국인 한국의 롯데마트는 점포를 추가 오픈할 때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이 과정을 거치느라 상당한 시간을 들여 하노이·호찌민·다낭 등에 점포를 오픈했지만 이후 코로나19가 닥쳤다. 팬데믹 기간 점포별 휴점일을 다 합쳐 보니 무려 1년에 달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롯데마트가 궁여지책 끝에 도입한 건 ‘배달’이었다. 마정욱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 디렉터는 “팬데믹 당시 베트남 정부가 마트를 필수 업종으로 지정해 문을 열게는 해줬지만 고객들이 외출하지 못하자 매출이 급감했다”며 “야채 3종과 고기·생선을 합친 세트 상품을 만들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트럭으로 배달해가며 코로나19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베트남에 ‘롯데타운’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국내 유통 기업들과 달리 직접 현지 정부를 설득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세워 운영을 맡았기 때문이다. 마스터프랜차이즈(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이로 인해 다른 계열사들도 함께 베트남에 진출해 시너지를 높였다.

롯데백화점은 베트남 최초의 백화점인 다이아몬드백화점을 위수탁하다가 2015년 지분을 인수해 백화점을 직접 운영하며 현지 브랜드사와 관계를 구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08년 8월 베트남 국영 물류사 ‘비나트렌스’와 합작해 베트남 운송 법인을 설립한 후 냉동물류센터를 인수했다. 센터 내 식품, 야채 가공장 등을 건설하며 현지 진출한 롯데마트와의 물류 시너지를 확대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시네마 역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 입점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유인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롯데마트·롯데리아·롯데시네마 등 현지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시작해 최근 현지 고객사를 확보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달 하노이에 총출동해 그룹 최초로 해외에서 ‘글로벌 잡페어’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행사장에 마련된 20여 개 테이블은 베트남의 대학생·취업준비생으로 만석이었다. 베트남하노이외교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쩐티투트랑 씨는 “한국 기업 중에서도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에 관심이 많다”면서 “롯데는 베트남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해주는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잡페어 참석 이유를 밝혔다.

2023년 9월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역시 이 같은 노하우들이 쌓인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 2주년을 앞두고 누적 방문객은 23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지에서 만난 응우옌느남 씨는 “가족끼리 자주 롯데몰에 가서 식사와 쇼핑을 즐긴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롯데몰에 입점한 아쿠아리움도 구경하러 간다”고 했다. 베트남에 유일하게 단독 입점시킨 글로벌 브랜드만 오픈 첫해 샤넬뷰티·크리스찬디올뷰티 등 52개에서 삼성전자·빅토리아시크릿·MSGM 등이 추가돼 현재 67개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마트·백화점뿐 아니라 이노베이트 등 다른 계열사의 추가 출점 및 사업 확대를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백화점만 해도 10개 매장을 추가로 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롯데쇼핑의 동남아시아 매출을 연 3조 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측은 “베트남에 진출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가 쌓여 이제는 현지 밴더사들도 롯데와 한다면 ‘OK’라고 한다”며 “롯데몰이 베트남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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