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乙巳年)

2025-01-22

2025년은 을사년입니다. 한국에서는 연도를 단순히 현대 서력 기준으로만 보지 않고, 새해가 시작되면 12간지에 따라 그 해의 이름을 부르는 전통이 있습니다. 2025년이 ‘푸른 뱀의 해’인 이유는 12간지에서 천간의 ‘乙(을)’이 푸른색을 상징하고, 지지의 ‘巳(사)’가 뱀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천간과 지지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해의 이름은 전통적으로 자연의 색과 동물을 조합하여 그 해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푸른’은 성장과 번영을, ‘뱀’은 지혜와 변화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조합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됩니다.

2025년을 맞이한 한국 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인한 국정 불안정은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주요 기관의 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책적 혼선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져 환율이 급등하고, 무역과 투자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4일 기준). 계엄령 발표 직후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4.5% 하락하였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71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였습니다.

2025년을 맞이한 의료계 역시 혼란스럽습니다. 그 혼란의 중심에는 이해와 합의 없이 진행된 의료개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거나 관련 단체 및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강행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의료 현장과 교육 체계에 심각한 파행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한 문제는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불리는 교육, 그 중에서도 의료인 양성을 위한 의학 교육과 대학병원의 수련 시스템에 미친 잠재적 악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을사년과 관련한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현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12간지에서 을사년은 60년 주기로 돌아옵니다. 먼저, 을사년에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은 1905년의 ‘을사늑약’입니다. 이는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하고, 실질적으로 식민지화의 길을 열었던 치욕적인 조약입니다. 이 조약은 당시 고종 황제와 조선 민중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강압적 군사력과 외교적 술수로 체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한제국은 독립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고, 민중은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항일운동을 통해 저항의 불꽃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민족적 아픔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 의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을사년 사건은 1765년 조선시대 영조 시대의 정치적 변화입니다. 영조는 탕평책을 통해 당쟁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그림 1).

을사년에 영조는 국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조는 균역법을 시행하여 농민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켰고, 향촌 사회에서 양반의 특권을 제한하며 평등한 사회질서를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서얼과 중인의 관직 진출을 확대하고, 억울한 형벌을 받은 백성들의 재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조선 사회의 계층 간 화합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가장 최근의 을사년인 1965년에도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 해에는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는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 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를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한일 관계의 복잡한 문제들은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대한민국이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던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과거 을사년에 일어난 사건들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1905년의 민족적 아픔은 자주성과 독립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1765년의 영조의 노력은 화합과 통합이 국가 안정의 초석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 논란은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2025년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 60년 뒤인 2085년 을사년을 맞이할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과거의 경험과 교훈은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늘 그래왔듯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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