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식품업계가 소비자의 반응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을 보고 즉각 리뉴얼하거나,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등 어느 때보다 빠르게 피드백을 내놓는 모양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달 초 출시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의 리뉴얼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팔도가 출시 한 달여 만에 리뉴얼에 나선 것은 상당수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의 맛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는 국내 비빔라면 최초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맛을 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존 팔도비빔면과 비교해 맛이 지나치게 다르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자 팔도는 곧장 액상스프의 맛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팔도 관계자는 “고객 패널 조사에서 신맛이 강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달부터 해당 부분을 다소 조정해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리뉴얼된 제품은 다음달 중순부터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백설 참치액’의 포장재를 변경해 유통하고 있다. 기존 이 제품의 포장재에는 캡에 있는 손잡이를 당기는 방식으로 마개를 병과 분리해 배출하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리배출 방법을 개봉방법으로 오인해 뚜껑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되자, CJ제일제당은 포장재에 ‘사용 시에는 상단 뚜껑만 열어 사용하세요’와 같은 문구를 추가했다.
CJ제일제당은 또 지난해 ‘맛밤’의 포장재 노치(안쪽 방향으로 패인 홈) 모양도 기존 ‘V’에서 ‘하트’로 변경했다. 개봉 시 노치 모양이 지나치게 날카로워 손을 베었다는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노치는 어떤 방향으로 힘을 줘도 쉽게 뜯어지도록 대부분 ‘V’ 모양을 활용한다"면서도 “고객의 민원이 이어짐에 따라 다수의 실험 끝에 쉽게 뜯어지면서도 손을 다칠 일 없는 ‘하트’ 모양의 노치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제품 포장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요구에 따라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6월 ‘비틀즈’를 생산 중단했으나 소비자 요청이 계속되자 제품을 ‘All New 비틀즈’로 업그레이드해 올해 2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해 단종했던 ‘통모짜와퍼’를, 맥도날드는 지난해 한정 판매했던 ‘고구마 후라이’를 재출시했다. 이 밖에도 삼양식품은 2018년 국내에서는 단종하고 해외에서만 판매했던 불닭볶음탕면을 찾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2023년 이를 국내에서 재출시하기도 했다.
식품업계가 이처럼 소비자의 반응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내수 침체는 물론 업계 내 경쟁까지 치열해진 상황에서 빠른 피드백이 경쟁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와 달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지는 상황에서, 빠른 대응에 실패할 경우 브랜드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는 것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이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었다면 이제는 소셜미디어 반응이나 리뷰 분석 등을 통해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졌다”며 “업계 내 경쟁이 더욱 격화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보다 빠른 피드백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