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충돌이 카리브해 이웃 국가로 번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스키퍼를 나포하는 과정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가담했다며 보복을 선언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겸 석유장관은 15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베네수엘라 석유 절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스스로를 베네수엘라에 맞선 미국 제국의 항공모함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은 지난 10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서 유조선 스키퍼를 나포하면서 비롯됐다. 스키퍼는 베네수엘라 대표 수출유 중질유를 185만 배럴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한 정당한 압수 영장 집행”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향해 “국제법을 위반한 해적 행위이자 자유 무역 원칙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반발했다.
이후 15일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보급품 보충과 병력 교체 등 물류적 목적을 위해 미군이 향후 몇 주간 (우리나라) 공항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베네수엘라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절도 공범’으로 규정한 뒤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전면 중단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 선전 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지라”고 부인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양국의 신경전 한복판에는 드래곤 가스전 개발 사업이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글로벌 석유회사 셸과 함께 베네수엘라 수역의 해당 가스를 LNG와 석유화학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때문에 수년간 진척이 더뎠지만 미 재무부가 지난달 협상 단계를 내년 4월까지 예외로 허용하면서 다시 협상 창이 열렸다.
드래곤 가스전 협상은 LNG와 석유화학을 기간산업으로 삼는 트리니다드토바고로선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로이터통신은 “이 가스전의 매장량은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트리니다드토바고 경제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가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약한 고리를 잡고 미국과 안보 협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미국의 압박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유조선”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재 유조선에 대한 물리적 차단이 이뤄지면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주변국 항만 등에 불똥이 튈 수 있다.
쿠바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쿠바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공급원”이라며 “미국의 조치가 이미 석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쿠바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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