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 김모(40)씨는 자녀 2명을 둔 워킹맘이다. 육아 휴직 3년을 포함, 직장 생활 15년 차다. 입사한 이래 결혼과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주변 동료도 김씨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는 “확실히 입사 때보다 워킹맘이 회사 다니기 나아졌다”며 “자녀를 낳아 키우느라 바빠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보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회사를 더 오래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이하 기준 동일) 인구는 76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9만명 줄었다. 기혼여성 취업자 수도 5만4000명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8세 미만 자녀와 동거하는 기혼여성 취업자(워킹맘)는 266만8000명으로 5만8000명 증가했다. 워킹맘 고용률은 62.4%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2.4%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높다.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기혼여성 수가 줄었지만, 육아 휴직이나 돌봄 제도 등 여성의 고용 여건이 나아져 워킹맘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킹맘 고용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50~54세(고용률 68.6%)가 가장 높았고 ▶45~49세(66.7%) ▲40~44세(62.2%) ▶35~39세(60.2%) ▶30~34세(56.3%) 순이었다. 고용률은 자녀가 1명인 경우 63.4%, 2명일 때는 62.0%, 3명 이상인 경우 57.6%였다. 자녀가 클수록, 자녀 수가 적을수록 일하는 여성이 많다는 의미다.
경력단절여성(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 돌봄 등 사유로 직장 그만둔 미취업 여성)은 121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13만3000명 감소했다. 기혼여성(765만4000명) 중 차지하는 비중은 15.9%다. 같은 기간 1.1%포인트 줄었다. 201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다. 결혼·육아 여부와 무관하게 ‘맞벌이’를 이어가는 비중이 증가하는 기조다.
경력단절여성은 일을 그만둔 사유로 육아(41.1%), 결혼(24.9%), 임신·출산(24.4%) 등을 꼽았다. 결혼보다 육아가 경력 단절을 만든 결정적 사유였다. 경력단절 기간은 10년 이상(41.2%), 5~10년 미만(22.8%), 1년 미만(12.6%) 순이다.
워킹맘이 늘고, 경단녀가 준 것은 ▶돌봄 정책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일·가정 양립 정책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성 ‘고용의 질’이 나아졌느냐는 별개 문제다. 예를 들어 워킹맘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5.3시간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4시간 줄었다. 주 40시간 이하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도 많다는 의미다. 워킹맘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46만8000명(17.5%), 교육서비스업 40만 3000명(15.1%), 도소매업 34만 5000명(12.9%) 비중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