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논쟁이라고 있습니다. 애인과 애인 친구랑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습니다. 애인 친구가 깻잎 떼기를 힘들어하자 젓가락을 들고 먹기 좋게 깻잎을 잡아줍니다. 과연 이 행동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 논쟁은 애인 친구가 먹을 깻잎을 떼어주는 게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를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깻잎 논쟁의 핵심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내 애인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공감하느냐’ 입니다.
깻잎 논쟁은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됩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떨는지 헤아리지 않는 행동입니다. 사람은 나 혼자서 사는 게 아닙니다. 항상 상대방이 존재합니다. 상대방과 어울려서 살아갑니다. 사람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부모 자식도 생각과 성향이 다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해 가면서 사는 겁니다. 나만의 생각과 행동을 앞세우며 이익을 추구하면 언제나 다툼과 갈등, 분열이 생깁니다.
신라시대 고승(高僧) 원효대사는 ‘화쟁사상(和諍思想)’을 강조했습니다. 화쟁사상은 서로 다른 입장이나 주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조화시키는 것을 강조하는 사상입니다. 원효대사는 당시 신라 불교계에 존재했던 여러 종파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화합하여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효대사는 ‘원융회통(圓融會通)’ 정신을 말했습니다. 원융회통은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합해 하나로 소통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서로 다른 견해들은 결국 하나로 통하는 길이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서로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보다 큰 융합과 상생의 세계로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원효대사의 이 화쟁(和諍) 방법은 근원적으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화합(和合)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당시 수많은 사상체계가 서로 대립, 충돌을 일으키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쟁에 끼어든 적이 없었습니다.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실한 실천적 인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진실하게 살아가는 길과 진실에 대한 실천적 인식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했습니다. 불교에서 ‘화(和)’의 원리는 이처럼 실천원리를 중시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은 “화합을 깨는 죄가 가장 큰 죄”라고 하셨습니다.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할 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평화로울 때 우리 사회도 더욱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또 부처님은 “사회라는 곳은 서로 알고 돕고 화합하는 곳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라는 곳은 진실한 마음과 참다운 지혜가 빛나서 서로 알고 돕고 화합하는 곳이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화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와의 관계에서 화합은 풍요로움과 안정의 출발점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화합을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의 항구적인 안정과 평화가 정착되는 겁니다.
화합 중에서 가장 큰 화합은 자기 자신과 화합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과의 화합은 지난 경험과 실수를 받아들이며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겁니다.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인정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화합의 시작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 생각과 행동에 공감해주길 원합니다.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른 사람의 모든 언행에 공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감정이입과 같은 ‘정서적 공감’을 넘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지적 공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지적 공감’ 시각으로 볼 때 ‘깻잎 논쟁’을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의 행동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화합의 눈으로 다시 봐야겠습니다.
진성 스님<마이산 탑사 회주/한국불교태고종 전북특별자치도 종무원장>
(사)진안군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사)붓다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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