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시한 '복지 자동지급제' …소득·재산 정보 실시간 연계 등 난제 수두룩

2025-08-14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복지제도 수급 방식을 신청주의에서 자동지급제로 변경하라고 지시하자 관련 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은 복지수당이나 서비스를 받으려면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앞으로 정부가 자동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이다. 신청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 모녀 사건(5월), 수원 세 모녀 사건(2022년 8월) 등의 비극을 줄이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14일 복지로(복지포털)에 따르면 복지수당과 서비스는 중앙부처 367종, 지자체 4651종, 민간 339종 등 모두 5357종에 달한다. 거의 모두 신청해야 받는다. 또 부모급여·아동수당 등의 일부 보편적 수당을 제외하면 소득·재산을 따져 대상을 결정한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자동지급제 유사한 제도가 있다. 복지 멤버십(1150만 명 가입)이다. 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 등 127종의 복지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가령 소득이 줄어든 사실을 파악해 새로운 복지 대상이 됐음을 알려준다. 알림을 받고 본인이 싫으면 신청하지 않으면 된다. 이상적인 형태이고, 앞으로 확대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제가 있다. 복지 멤버십 가입자는 소득·재산, 가구원 변동 등의 정보 조회에 동의해야 한다. 예민하게 여기는 금융 자산 정보도 조회 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 전문가는 "자동지급제의 전제는 소득·재산 조회 동의이다. 과연 모든 국민이 동의하고 복지를 원할까. 아마 내 정보를 다 내놓고 도움 받는 것보다 해가 더 많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복지 대상을 정하려면 비상장 주식 등 자세한 개인 정보를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기초연금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한다. 탈락자 정보를 5년간 관리한다(이력관리제). 수급 자격이 생기면 알려준다. 올해의 경우 2만8556명이 이력관리를 신청했다. 이 역시 개인 정보 조회에 동의해야 한다.

지자체가 전수조사해도, 본인 거부하면 파악 어려워

개인정보 관련 조항이 해결된다고 해도 자동지급제가 되려면 소득·재산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연 2회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게다가 가족관계등록부는 대법원 소관이라 연계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익산 모녀의 경우 올 1월 큰딸이 결혼하면서 분가해 기초수급 자격을 회복했지만, 숨지기까지 4~5개월 동안 파악되지 않았다. 게다가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거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파악할 길이 없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급자는 변동 사항을 파악할 수 있지만, 주변과 담쌓고 사는 사각지대 주민은 자동지급제를 해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는 모녀 사건 이후 3년 치 기초수급 중지자를 전수 조사했다. 전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문을 열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직권조사를 더 해도 한계가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기가구 상담자의 음성을 파악하거나 물·전기 사용량의 이상 패턴을 파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각지대 가구를 발굴해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한 지자체 주무관은 "자동지급제를 하려면 공무원 책임이 커질 테고 그러면 지금 인력으로는 죽어난다. 복지 공무원을 늘리면 모를까. 공무원을 노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모급여·아동수당·가정양육수당 등의 보편적 수당과 국민연금 수급자에 대해 자동지급제를 먼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재산 정보를 조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노령연금(OAS), 소득보장 보조금(GIS, 저소득 노인 추가 연금)에 적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다.

자동지급제가 개인 권리와 충돌할 우려도 나온다. 전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이 '왜 맘대로 지급하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 복지 혜택을 받을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인데,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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