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퇴출은 진정 사회적 혼란을 부를까

2025-11-20

내일을 위한 역사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 조민호 옮김

더퀘스트 | 376쪽 | 2만1000원

21세기의 ‘화석 연료 중독’과 19세기의 ‘노예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주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두 사례 모두 변화에 직면해서도 굳건한 경제 기득권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를 생산하는 회사들이나 노예제로 경제적 이득을 본 농장주, 상인, 금융업자, 정치인 등은 공통적으로 ‘시기상조’라고 했다. 노예가 갑자기 사라지면, 석유나 석탄을 갑자기 쓰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이다.

노예제는 결국 폐지됐다. 영국의 백인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가 노예제를 폐지한 영웅처럼 묘사돼 왔지만, 저자는 노예제 폐지가 “대중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1831년 자메이카에서 노예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백인 14명과 노예 반란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 노예제를 유지하면 반란이 계속되리란 불안감이 영국에서 커졌다. 영국 내에서는 탈곡기 탓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한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의 여파로 보수적인 토리당 의원들이 주도한 ‘부패 선거구’가 사라질 수 있었고, 토리당 의원들은 1832년 선거 때 다수 낙선했다. 노예제를 찬성했던 토리당 의석수가 줄자 진보적인 휘그당이 다수당이 돼 노예제 폐지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사회철학자인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10가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역사에서 찾아 소개한다. 화석 연료 중독 문제도 대중의 투쟁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 환경 운동이 급진적이어서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지적이 있지만, 저자는 급진주의가 “온건파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에 주목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시하는 실마리들이 이상적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21세기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20세기 평등주의를 추구했던 핀란드의 역사를 소개하면서도 핀란드가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편”이란 점을 짚으며 ‘현명한 취사선택’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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