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가 6일 KBO 의무위원회 세미나의 강연자로 나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보다는 개인 훈련할 때 여러 가지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시도도 해보면 좋겠어요. 제가 재능이 있다고 해서 훈련을 소홀히 했다면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유소년 꿈나무들을 향해 메이저리거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가 진심을 담아 건넨 조언이다.
이정후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KBO 의무 위원회 세미나의 일일 강사로 나서 유소년 선수들과 지도자, 학부모 500여 명을 대상으로 경연을 진행했다.
그가 강단에 서자 유소년 선수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졌을 정도로 현재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이정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정후는 자신의 유소년 야구 선수 시절 경험과 훈련의 방향성에 대해서 강연했는데, 꿈나무들에게 먼저 강조한 키워드는 틀에 박히지 않는 '창의적인 훈련'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슈퍼스타였던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영향으로 야구를 시작했다는 이정후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으로 넘어갈 당시 만났던 감독님 덕분에 창의적으로 훈련하고 사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당시 감독님이 틀에 박혀 있던 저희 선수들의 고정관념을 좀 깨주셨다. 그전에는 좀 저희가 항상 짧게 잡고 쳐야 하고 뭔가 이렇게 단타를 칠 수 있는 그런 타격으로만 훈련했다면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저희에게 타격 연습을 할 때도 갑자기 홈런 레이스를 시키시거나, '멀리 쳐봐' 이렇게 주문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대신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저희가 홈런을 치려고 자연스럽게 홈런 스윙을 하는 등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면서 "그런 식으로 뭔가 좀 틀에 박혀 있지 않은 훈련을 하다 보니 멀리 치는 방법도 알게 되고, 강하게 치는 방법도 알게 됐다. 공에 갖다 대는 스윙이 아닌 풀 스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정후가 다음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노력'과 '방향성'이었다.
휘문고등학교 재학 당시 끊임없이 성장의 방향성을 생각했다면서 "당시 키는 컸지만 마르고 힘이 없었던 타자였다. '내가 남들보다 힘도 약한데, 뛰어난 게 뭘까?'라고 혼자서 생각했을 때 그래도 남들보다 좀 공을 잘 맞추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서 공을 잘 맞힐 수 있는 능력을 살리는 타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자율적으로 추가 훈련을 하며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당시엔 현재와 같이 야구 레슨장 등 사교육을 받는 문화가 없었다며 방과후 혼자서 추가 훈련을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이정후는 "당시 휘문고는 훈련량이 적어서 끝나면 항상 아파트에서 스윙했다.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200개씩은 더 스윙 훈련을 했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서 스윙을 돌리면 3~40분 정도 걸린다. 그 시간이 제가 정말 정성을 들여서 스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1,500개 이렇게 의미 없는 스윙을 한다기보다는 내 몸이 기억할 수 있게끔, 정말 정성을 다해서 스윙해서 내 몸을 벨 수 있게끔 했다. 스윙하며 (이미지 트레이닝 방식의) 상상도 많이 했는데, 실제 경기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신감도 얻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정후는 경연 이후 KBS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창의적인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학생일 때는 '흰 도화지'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멋있게 만들어 나가면 그게 멋진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은 예쁘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틀에 박혀있는 사고방식보다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시도도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깨달은 '열린 교육'의 중요성 역시 설명했다.
이정후는 "예를 들어서 수비로 쳤을 때 제가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제 '러닝 스로'(야수가 필드로 떨어진 공을 달려가면서 잡은 뒤, 연속된 동작으로 송구하는 플레이) 같은 거를 하면 안 됐다. 저희는 그게 건방진 플레이고 무조건 성인이 됐을 때여야만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뭔가 틀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을 하면 미국의 어린 선수들을 보면 그냥 런닝 스로 자체가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로 해왔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나무들에게) 감독님, 코치님 말씀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래도 개인 훈련 하는 시간은 정말 말 그대로 개인 훈련이니까, 그때 좀 뭔가 창의성을 가지고 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 이후, KBO리그의 폭발적인 성장과는 달리 미국과 일본 야구와의 실력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
이정후의 진심을 담은 조언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꿈나무들에게 큰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