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민간발사체 수요 급증…'한빛' 한국형 뉴스페이스 시대 연다"

2025-07-23

2023년 3월 국내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했다. 민간이 개발한 발사체로는 국내 첫 성공 사례였다. 당시 우주산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누리호와 달리 순수 민간기업이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리며 한국에서도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에서 민간기업의 상업용 발사체 발사 성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술 검증은 마쳤지만 실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유상 발사는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민간 우주산업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상업용 우주발사체의 성공은 아직 시기상조일까. 18일 경기도 화성 이노스페이스 우주발사체연구소에서 만난 김수종 대표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현재 전 세계 10여 곳의 위성 기업들과 발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한국도 곧 민간기업의 상업 발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또한 “‘한빛-나노’의 1단 단인증 시험만 마치면 올 하반기 중 즉시 상업용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는 정찰·통신 위성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또한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링크처럼 대규모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모든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발사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페이스X 조차 위성의 상당 부분을 외부 발사체 기업에 의존할 정도로 발사체 수량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저궤도 위성은 한 번에 수만 기의 위성을 쏘아올려야 하기 때문에 전량을 모두 자체 발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하고 있는 ‘한빛-나노’는 이러한 상업용 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민간 상업용 발사체다. 한국의 발사체 시장은 지금까지 주로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다. ‘누리호’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 주도의 발사체는 연구와 거시적인 국가 산업에 투입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는 고객의 위성을 계약에 따라 궤도에 올리는 민간 우주산업의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상업 발사는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정해진 궤도에 고객의 위성을 정확히 실어 올려야 하는 고도의 서비스”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중국·인도 등 소수 국가만 이 시장에 제대로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하는 발사체 ‘한빛-나노’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활용한다. 오랜 시간 학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고체도 액체도 아닌 어정쩡한 엔진’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국항공대에 재학 중이던 학부 시절부터 하이브리드 엔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연료가 고체, 산화제가 액체로 구성된 엔진으로 폭발 위험이 낮고 단순한 구조 때문에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주로 대학의 연구실에서 많이 활용되며 상업적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김 대표는 박사 학위 논문도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을 주제로 할 만큼 해당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발사체를 개발하면 비용을 낮추고 다수의 발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 2017년 이노스페이스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이후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충남 금산에 자체 연소 시험장을 구축했다. 그는 “국내 발사장은 국가 우주개발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웠고 연구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프라를 직접 갖추는 게 중요했다”며 “직접 구축한 연소 시험장에서 미세한 성공을 반복하면서 초기 투자도 유치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를 개발한 후에는 실제 발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는 민간 발사장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해외 발사장을 물색했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적도 인근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적도 인근의 발사장에서는 지구 자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연료를 적게 쓰는 게 가능해 더 많은 위성을 탑재할 수 있다. 결국 이노스페이스는 2023년 3월 브라질 공군의 항법 장비(SISNAV)를 실은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에 기술력을 입증했다.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김 대표는 민간 우주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저궤도 위성은 평균 수명이 5년 안팎이라 정기적인 교체 수요가 존재한다”며 “기본적으로 수만 기의 위성을 5년마다 다시 쏘아야 하는 고정 시장이기 때문에 발사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업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스페이스X·로켓랩·파이어플라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중대형 발사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대기업이, 소형은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맡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상업 발사에 성공하면 본격적인 수익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빛-나노’는 상반기 발사가 미뤄졌지만 5월 고흥 시험장 준공 이후 2단 엔진 단인증 시험을 마쳤고, 하반기에는 1단 엔진 인증을 마친 뒤 상업용 발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 상업 발사에 성공하면 내년부터 다수의 계약을 바탕으로 연 12회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노스페이스는 연간 30기 이상 제작 가능한 양산 능력을 갖춘 만큼, 시장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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