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력 들썩…엔씨의 뼈아픈 기술 구조조정

2024-10-25

게임업계 내 퍼스트무버 AI 연구 조직도 분할 대상

오랜 기간 본사 소속서 가시적 성과 미비 지적 있어

‘자회사 생존 힘들다’ 연구인력 이직 분위기 귀띔

대형 개발 프로젝트도 정리…고비용 조직 시험대로

엔씨소프트(엔씨) 구조조정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물적 분할로 4개 자회사를 신설한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곳과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기업 1곳이다. 현 시점 기준으로 700여명이 자회사로 이동할 전망이다.

게임 개발 조직의 분사는 예상했으나, AI 연구개발 조직까지 본사와 분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 눈에 띈다. 엔씨를 여타 게임사와 차별화한 ‘엔씨리서치(NC Research)’의 분할이다. AI 연구는 지난 2011년 엔씨가 업계 내 처음으로 전문 조직을 꾸리고 본격화했다.

25일 엔씨(NC)와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 신설 회사명은 엔씨에이아이(NC AI, 가칭)다. 자체 개발한 바르코 거대언어모델(LLM) 등의 AI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동시에 게임 개발에 AI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그러나 엔씨 내외부에서 이 같은 사업 확장만으론 AI 조직의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중장기 지원이 필요한 분야인 까닭이다. AI 기술이 게임처럼 대박을 내리란 예상도 쉽지 않다. 김택진 대표의 전폭적 지원이 있던 시절에도 가시적 매출 성과가 전무한 수준이었는데, 독립한 이후 과연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엔씨가 국내 최초로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과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바르코 저지(VARCO Judge) LLM’을 아마존웹서비스 마켓에 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물이 곧바로 돈이 되진 않는다. 무료 모델로 냈다. 세간에서 인기를 끌 경우 유료 전환을 검토하는 식이다.

엔씨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21일 이후인 23일에도 음성합성 기술을 엔씨리서치 블로그에 공개하는 등 결과물을 내고 있으나, 아직 실험실 연구에 그친다. 실제 게임에 적용하는 등 레퍼런스가 필요한 가운데 엔씨 신작 파이프라인도 이번 구조조정으로 변화가 생겼다. 여러모로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엔씨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AI 쪽은 다 이직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생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산업계 내 AI 인력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AI 기술을 연구한 당사자가 의지만 있으면 이직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게임 개발 직군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회사가 ‘최대 30개월 위로금’이라는 업계 내 유례없는 파격 제안을 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엔씨(NC)가 국내 게임 기업 최정상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는 까닭에 동종 업계로 이직 시 지금보다 나은 연봉과 복지 등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2024년 3분기 엔씨의 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는 매출 3921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이다. 2022년 3분기 대비 급락했던 전년동기 실적인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 대비해서도 이번 3분기에 더 빠질 전망이다.

엔씨는 수년간 개발하며 국내외 게임쇼에도 공개한 대형 프로젝트 M<영상 참고>을 정리하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 중이다. 이런 기조에서 고비용 조직인 AI리서치의 분사 결정은 어찌 보면 예상된 수순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엔씨는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t.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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