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500여명 활동가도 구금
구호선단 측 “물대포 등 공격 받아”
콜롬비아 “이 외교관들 추방할 것”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싣고 항해하던 국제 구호선단을 나포하고 배에 탄 활동가 수백명을 구금하자 전 세계적 비판이 쏟아지고 각국 도시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은 42척의 선박과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500여명의 활동가로 구성된 구호선단 글로벌수무드함대(GSF)가 이날 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저지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공해를 항해하던 민간인에 대한 이번 공격은 가자에서 자행한 반인륜 범죄를 은폐하려는 집단학살 지도자들의 광기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했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노동장관도 이스라엘의 행위를 “국제법을 위반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유럽연합(EU)은 지금 당장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국방장관은 “이것은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에 빛을 비추기 위한 평화로운 임무”라면서 “아일랜드는 국제법이 준수되고 선단에 탑승한 모든 사람이 국제법에 따라 엄격하게 대우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외무부도 “비폭력 시위대의 권리를 침해하고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구호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전날 “새로운 국제 범죄”가 발생했다면서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단교 이후에도 콜롬비아에 남아 있던 이스라엘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 주요 도시와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 스위스 취리히, 아르헨티나, 튀니지 등에서는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이탈리아 로마 테르미니역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모든 것을 멈추자”는 구호를 외쳤다. 밀라노, 토리노, 제노바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나폴리와 피사에서는 시위대가 철도 플랫폼을 점거해 열차 운행을 막기도 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로마에서만 1만명이 거리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 중 두 곳은 3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으며 소규모 노조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주간 이탈리아 항만 노동자들은 이스라엘 무역과 관계된 선박들의 정박과 선적을 방해했다.
툰베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손자 등이 탄 구호선단은 이스라엘에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초 스페인에서 출항했다.

이후 여러 차례 드론 공격을 비롯한 방해 공작에 시달리다 전날 오후 가자 해안에서 약 130㎞ 떨어진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되기 시작했다.
구호선단 측은 일부 배는 들이받히고 물대포를 맞는 등 이스라엘군이 공격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은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고 추방될 예정이다. 구금된 인사 중에는 아일랜드,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의 현직 정치인들도 있다.
BBC는 구호선단 소속 총 42척이 속속 나포되는 상황에서 ‘미케노’라고 불리는 한 척은 봉쇄를 벗어나 가자지구로 계속 항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케노호는 가자에서 약 17㎞ 떨어진 곳에서 운행을 정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