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판은 안된다' 누구든 경주 APEC 잔치 훼방꾼 돼선 안돼

2025-10-0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공산독재 반란 상황 종식,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부정선거 규탄,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10월 3일 가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 서울역과 시청앞 광장 옆 도로에는 대규모 반중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 군중들은 '부정선거'와 '반국가 세력' 운운하며 '공산 독재 타도'와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혐중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고가 사다리에 내건 구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게엄 전후로 자주 입에 담았던 내용들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 물결, 시위 구호의 내용으로 봐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정치 단체들이 시위의 중심 세력인 것 같았다. 의장대 사열 행사도 아닌데 시위대 사이 사이에 대형 성조기가 등장한 걸로 봐서 극우 친미주의 성향 단체들이 시위에 많이 참가한 것으로 보였다. 시위 참가자중에는 60대 후반, 70대 들이 많아보였고, 그들은 삼삼오오, 또는 수십명씩 팀을 이루고 있었다.

경주 APEC 회의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열린 서울 중심가의 이번 시위는 뉴스핌 기자에게 반중 궐기대회 처럼 느껴졌다. 시청 앞 광장과 덕수궁 돌담사이 대형 도로의 한방향 차로를 점거한 시위대들은 'CCP(중국 공산당) OUT!' '중국인은 나가라' 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 피켓을 들었다. 기자가 무슨 의미냐고 묻자 중국이 부정선거와 공산독재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3일 오후 두시 부터 두시간 정도 서울역과 이곳 시청역 광장 주변, 명동 인근을 다니며 보니 혐중을 부추기는 혐오와 비난, 관계 단절, 폭력적인 중국 성토가 난무했다. 중국인에 대해서는 입에 담기 거북한 비하를 서슴치 않았다. 그들의 표정에선 중국에 대한 증오가 번득였다.

기자가 만약 중국인 관광객으로서 현장에 있었다면 안전과 신변에 큰 위협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명동 거리와 중국 대사관 정문 앞쪽 환전상들은 저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지 모르겠는 데 제발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다 쫓아낸다며 시위대들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과의 관계 단절과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이런 시위는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임박한 9월 이후 서울 시내와 중국인(조선족 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일부 도시에서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걱정을 금할 수 없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여 공동 번영 방안을 모색하는 경제 협력 협의기구다.

대한민국은 6개월여 기간 동안 불법 게엄과 내란 사태로 국가 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글로벌 자유 무역을 위협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때문에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겪었다. 이런 때 대한민국이 의장국이 돼 경주에서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는 우리의 대외 위상을 다시 제고하고, 경제 협력및 무역 교류를 회복하는데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은 올해 우리의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대해 '성공적인 잔치가 되도록 돕겠다'며 일찌감치 적극적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경제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중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관세압박 때문에 곤경을 겪고 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협력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난국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여러 경로로 확인해볼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APEC에 참석하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이나 마찬가지인 분위기다. 4일 베이징 소식통은 경주 APEC 참석을 계기로 예상되는 시진핑의 방한은 국빈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한은 사드와 코로나19 이후 한중 부진해진 경협과 외교 지형을 바꿀 획기적인 정치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례로 볼때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은 단편적인 만남이 아니라 공동성명 발표를 포함, 무역 투자를 비롯한 한중 경제협력및 다양한 현안, 문화 관광 학술 교류에 있어 상호간 실질적 성과를 내는 의미있는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언적이나마 한반도 비핵화 평화 지지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 할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드 사태 이후 꽁꽁 막힌 한한령의 물꼬가 다시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 있다는 얘기다.

뉴스핌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주 APEC를 20여일 앞둔 현재 중국의 기업과 매체, 기관 들은 모두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전제로 APEC 참석을 준비하고 있다. 주한 중국의 한 기관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약 200개 기업이 APEC 기간중 한국에 오고, 매체 기자들만 해도 신화통신이나 CCTV를 중심으로 약 200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세계 정세 긴장과 보호 무역주의로 국제간 경제 협력과 글로벌 무역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는 이때 우리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서 한꺼번에 수많은 나라들을 불러들여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우리 경제가 여러 도전을 헤치고 돌파구를 열어나가는데 있어 천우신조와 같은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극우 성향의 세력들과 일부 보수 정치권이 가세해 벌이는 혐중 시위가 걱정되는 것은 경주 APEC에 참석하는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우리나라의 국익을 해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명동과 홍대 일대의 상가들은 이미 커다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일원이라면 어느 누구든 경주 APEC이라는 잔치의 훼방꾼이 돼서는 안된다. 굳이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깽판은 안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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