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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는 난해한가? 혹은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양병호 전북대 교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한다. 양 교수의 저서 ‘현대시와 인지시학(인간과문학사·1만6,000원)’은 현대시를 어렵게만 느끼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책이다. 현대시의 깊이를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저자가 설명하는 인지시학은 인지주체자의 해석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주창하는 방법론이다. 시 텍스트를 인지하는 해석자의 창발적인 의미 부여와 의미 생성을 겨냥하는 시 읽기 인 것. 다시말해 인지시학은 시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인지적 작용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시의 의미 생성이 단순히 언어적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방식, 감각 경험, 문화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독자들은 시의 상징성과 함축성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책의 1부에서는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다섯 명(만해 한용운, 이육사, 김영랑, 박목월, 이성선)의 작품을 인지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예를 들어, 만해 한용운의 시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합일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육사의 시에서는 존재 성찰과 미래를 긍정하는 인지체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시인의 시적 세계관을 인지시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들이 구축한 언어적 구조와 의미 형성 방식이 독자의 사고 과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탐색한다.
2부에서는 현대시를 보다 넓은 주제로 확장하여 인지시학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시 속에서 등장하는 기호놀이, 인간 실존의 문제, 가혹한 현실에 대응하는 몽상의 힘, 노년의 상상력 등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시가 단순한 미학적 감상이 아닌, 독자의 인지적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예술 행위임을 강조한다.
하여 시 연구자뿐만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이 될 터다.
저자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전북대 인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 받고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북대에서 신문방송사주간, 역사관장, 평생교육원장,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회장과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전북문학’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몽상과 유랑의 시학’, ‘시여 연애를 하자’, ‘인지문체론’, 시집으로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의 공터’, ‘구봉서와 배삼룡’ 외 다수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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