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방송된 ‘무한도전’이 아직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10년 전 시청자들을 만났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다시 부활해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잘 만든’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그간 시청자들의 열광을 받을 만한 TV 예능이 탄생하지 못 한 현실에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는 지난 2014년 첫 방송을 시작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2024년 버전이다. 최고의 셰프들이 톱스타들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으로 당시에도 ‘신박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었다.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 또한 기본 콘셉트는 이어가되, 출연진에 변화를 줘 새롭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연복, 김풍, 정호영 등 앞선 시즌에서 활약한 셰프들도 있지만, 에드워드 리와 이미영, 최강록 등 최근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받은 셰프들도 합류해 화제몰이를 했었다. 시청률 또한 지난 15일 첫 방송에서 5.2%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한쪽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향한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내년 ‘무한도전’ 20주년을 맞아 MBC에서는 일력을 출시해 주목을 받는가 하면, 박명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 모든 멤버가 뭉치길 바란다”고 말해 관련 이벤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무한도전’ 20주년 일력이 출시된 당시, 교보문고의 사이트가 마비가 될 만큼 반응이 컸었다.
이 가운데,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 PD는 MBC와 다시 손을 잡고 지드래곤과의 새 콘텐츠를 예고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무한도전’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과거 지드래곤이 ‘무한도전’에 출연해 함께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만큼 팬들에게 설렘을 선사 중인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시 함께 팀을 이뤘던 정형돈과의 재회도 예고돼 ‘무한도전’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익숙한’ 그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가 종영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것은, ‘잘 만든’ IP의 힘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간 두 프로그램을 능가할 만한 히트작이 탄생하지 못한 현실을 실감케 한다며 ‘씁쓸하다’고 반응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현재 웹예능 ‘핑계고’, ‘짠한형’ 등에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몰이를 하고 있으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는 스케일 큰 서바이벌 예능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화제성·관심 끌어내는 TV 예능은 ‘옛 예능’들이라는 점에서 바뀐 영향력이 실감이 되고 있다는 것.
지난 21일 열린 2024 KBS 연예대상에서는 ‘불후의 명곡’,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에서 활약한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대상을 받았는데, ‘불후의 명곡’과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각각 10년, 5년이 넘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결국 올해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KBS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대장이 반찬’ 또는 tvN ‘삼시세끼 라이트’ 등 최근 비교적 큰 주목을 받은 새 TV 예능들은 ‘나 혼자 산다’, ‘삼시세끼’ 등 기존의 예능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TV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를 끌어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가운 추억과 ‘익숙함’의 반복 사이, TV 예능의 한계가 깨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