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전 공습에 수요도 부진해 한동안 침체됐던 국내 가전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공지능(AI), 구독, 콘텐트라는 3대 트렌드에 올라 타면서다.
삼성·LG ‘구독’으로 정면승부
삼성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전을 구매한 소비자 10명 중 3명은 구독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부터 3주 동안 전국 삼성스토어에서 판매된 가전 중 ‘AI 구독클럽’의 비중이 30%를 차지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가전구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측은 구독 고객 비중이 늘어난 배경으로 “초기 구매 비용을 줄여 구매 장벽을 낮춘 점과 90% 이상이 AI 신제품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가세로 국내 양대 가전업체가 구독 시장을 두고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LG전자는 앞서 대형가전 구독 서비스를 본격화한지 2년 만에 관련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성과를 냈다. 양사는 구독 가전 목록에 환기시스템·노트북PC·도우미 로봇 등을 추가하는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구독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콘텐트도 판다
얼어붙은 TV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은 수년째 연간 2억2000만대 안팍에 머물러 있다. 이에 삼성전자·LG전자는 매년 수천만대의 TV 공급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트 사업을 시작했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을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 후 기기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다시 기기 판매에 버금가는 수익을 내는 것과 유사한 수익 모델이다.
LG전자는 독자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 TV를 콘텐트·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키워 광고와 수수료 수익까지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웹OS를 단순 TV용 플랫폼을 넘어 자동차 등 모빌리티와 스마트 모니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개발한 타이젠OS가 탑재된 TV를 통해 ‘삼성 TV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 TV 이용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각종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당시 삼성 TV 플러스의 개발을 주도했던 이원진 전 사장이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연말인사에서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등 관련 사업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