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사용해 작성하고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교수의 강의자료를 발견한 미국의 한 대학생이 대학 당국에 등록금 환불을 요구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2월 당시 노스웨스턴대 4학년생이었던 엘라 스테이플턴은 부전공인 경영학 수업에서 교수가 학교 시스템에 올려놓은 강의자료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강의노트 중간쯤에 "모든 분야로 확장하고,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라"는 등 챗GPT에 내린 지시로 추정되는 부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스테이플턴은 이 과목을 맡은 릭 애로우드 겸임교수가 만든 다른 강의자료들도 살펴봤다. 그 결과 텍스트와 사람들 사진에 나타난 왜곡과 황당한 오탈자 등 생성형 AI를 쓸 경우 전형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오류들을 발견했다.
이 과목의 강의계획서에는 과제물 작성이나 시험 답안 작성에 무단으로 AI나 챗봇을 이용하는 것은 '금지된 부정행위'라고 돼 있었다.
스테이플턴은 "교수가 우리한테는 못 쓰게 하면서 정작 본인은 쓰고 있다"고 분노하면서 대학 측에 해당 수업에 대한 수업료 환불을 요구했다. 이는 학기 등록금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8000달러(약 1130만원)가 넘는다.
그는 민원 제기 후 대학 관계자들과 몇 차례 면담했으나, 5월에 졸업식이 열린 바로 다음 날 등록금 환불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해당 과목을 맡은 릭 애로우드 겸임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년 가까이 강의를 해온 그는 기존의 교안, 강의노트, 강의자료 등을 챗GPT와 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 그리고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주는 AI 서비스 '감마' 등에 올려서 자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며 "얼핏 보기에는 결과물이 좋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돌이켜보면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료를 학교 시스템에 올리긴 했지만, 강의가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애로우드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학교 당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AI의 도움으로 만든 자료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노스웨스턴대는 이번 사건이 터진 후인 3월 말 공식적인 AI 사용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AI 사용 시 반드시 사용 사실을 밝혀야 하며 결과물에 대해 정확성과 적합성 검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