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되레 중국공산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딥시크의 성공은 AI에 대한 중국의 야망이 구현된 것이지만, 중국 지도자들이 가진 권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NYT에 따르면 중국이 AI에 주목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중국의 바둑 천재 커제(柯洁) 9단을 이겨 큰 충격을 줬다. 같은 해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관련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2022년엔 AI를 둘러싼 각종 규제를 풀며 전폭 지원했다.
문제는 이렇게 성장한 딥시크가 중국공산당의 권력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적이란 점이다. 맷 쉬헨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AI의 성공은) 양날의 검"이라며 "당은 중국의 AI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이들을 통제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딥시크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은 AI 모델 R1을 내놓은 지난달 20일 리창(李强) 총리와의 토론에 참석했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AI 업체 대표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 NYT는 "딥시크는 원래 AI 모델을 이용해 중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려 했지만, 규제 기관이 이를 주시하자 2023년부터 정책에 맞춰 '어드밴스드 AI'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실제로 딥시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나 천안문 사태 등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딥시크는 완성된 답을 내놓기 전에 추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중국에선 이용할 수 없는 구글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내용이 입력되다가도 이내 답변하는 등의 이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가디언도 딥시크에 "'대만은 국가인가'라고 묻자 딥시크가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답했다"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통제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AI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I 정책 전문가인 바랏 하리타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NYT에 “궁극적으로 중국의 AI는 정부가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결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와 핵심 사회주의적 가치를 고수해야 할 필요성은 AI의 잠재력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우려"…잇달아 딥시크 금지
딥시크를 이용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차단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주(州)정부가 지급한 기기에서 딥시크 이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고, 미 하원에서도 최고 행정책임자가 사무실에서 딥시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미 우주항공국(NASA) 역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만 디지털부는 직원들에게 안보 위험 이유로 딥시크를 금지했고, 이탈리아에선 딥시크 앱의 신규 다운로드가 차단됐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규제 당국도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한편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해 "새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3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성능이 새롭지 않다"며 "오픈AI에는 이전부터 이 정도 수준의 모델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모델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