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참모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지난 26일 각 수석실과 비서관실에 배치된 TV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판결 속보를 지켜봤다. 선고 직전까지만 해도 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유지될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항소심 재판부가 ‘통 무죄’ 판결을 내리자 일부 사무실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 판결 결과를 뉴스로 지켜봤다는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 사무실은 탄식보다는 적막이 흘렀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고, TV도 꺼버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무죄 판결 이튿날까지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은 언론 접촉 자체도 피하고 있다. 사법부의 결정에 어떠한 논평도 하지 않는 것이 대통령실의 관례이기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앞두고 사법부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것이 침묵의 주된 이유다. 그럼에도 일부 실무진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한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대통령실 행정관은 “이젠 선거에 나오는 정치인은 어떤 거짓말을 해도 다 괜찮다는 것이냐”고 했고, 재판부에서 이 대표가 김문기씨와 해외 출장을 갔던 사진 중 일부를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이제 번호판을 확대한 속도위반 사진도 다 조작이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헌재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을 기각한 뒤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한 대행의 헌재 결정에서 2명의 재판관이 야당 탄핵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각하 결정을 내리자,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각하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한 대행 복귀 이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권한대행 때와 달리 수석급 이상 참모 9명이 대거 참석한 것도 윤 대통령의 복귀와 국정 정상화를 기대하는 용산의 기류를 반영한다는 평가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무죄 판결 뒤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무죄 판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명분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다수 의석을 지닌 이 대표가 대통령까지 하게 된다면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며 “지금 이 대표를 막을 수 있는 건 윤 대통령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