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생존 DNA' 재편…위기 속 과감한 세대교체

2025-11-26

롯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대대적 인적 쇄신에 나섰다.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 비상 경영 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존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인사 혁신의 배경은 핵심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 장기화다. 유통 부문은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화학 부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 변동성 확대,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 등으로 인해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건설 부문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노출되는 등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비상 경영 체제를 심화시켰다.

롯데는 지난 2017년 비즈니스 유닛(BU), 2022년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노렸다. 하지만 계열사 간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속도가 저해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계열사 CEO에게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에 HQ 체제를 전면 폐지하고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은 비효율 시스템을 퇴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자율경영 권한을 대폭 부여해 사업 효율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적에 대한 책임을 한층 엄중하게 묻는 '신상필벌' 원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 4명 전원 용퇴와 주요 계열사 CEO 20명 교체라는 파격 인사는 '세대교체'로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해 미래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전투형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에 역대 최연소인 1975년생 정현석 부사장을 발탁하고, 롯데지주를 실무형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재무 전문성과 경영 혁신 경험이 풍부한 두 공동대표가 지주를 이끌고, 젊은 CEO들이 현장에서 빠르게 실행력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와 전략컨트롤 조직의 중책을 맡게 됐다.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그룹 차원의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직무 기반 인사(HR) 제도라는 기업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1960년생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이 상무로 승진했고, 여성 임원은 10% 비중을 유지하는 등 포용 경영에 나섰다. 임원 인사에서도 직무 전문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것은 물론 여성 임원 승진을 확대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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