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물놀이 조심”… '흡충 달팽이' 주의보

2025-05-13

최근 유럽 일부 휴양지에서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아프리카 달팽이가 확산되고 있어 전문가들이 경고에 나섰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코르시카 섬의 강과 호수에서 달팽이를 매개로 한 치명적인 감염병인 '주혈흡충증'(Schistosomiasis)이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왔다.

주혈흡충증은 '달팽이 열'(Snail Fever) 혹은 '빌하르지아'(Bilharzia)로 불리며, 기생충에 감염된 달팽이가 서식하는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목욕을 할 때 감염된다.

이 병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국한돼 발생하던 열대성 질환이었으나, 최근 세네갈 등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여행객들을 통해 유럽까지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소속 주혈흡충 연구소의 보니 웹스터 박사는 “비뇨생식기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달팽이는 지중해 남부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최근 아프리카 풍토병 지역과 지중해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번진 것으로 보인다. 감염된 사람이 민물에서 소변을 보고 기생충의 알을 배출하면, 다시 이 알이 달팽이에 감염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고 했다.

주혈흡충증은 민물에 서식하는 달팽이 속 기생충 유충이 피부를 뚫고 인체에 침투해 체내에서 수천 개의 알을 낳는다. 비뇨생식기와 장에 영향을 주는데, 비뇨생식기의 경우 혈뇨, 신장 손상, 방광암, 유산 등을 유발하고 장내에서는 복통, 설사, 혈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억 4000만 명 이상이 감염돼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이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매년 1만 5000~2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르시카 섬에서는 지난 2013년 8월 처음 보고됐다. 가족 휴가를 즐기던 12세 독일 소년이 감염됐으며 이후 같은 강에서 100명 이상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감염자가 아직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웹스터 박사는 “기후 변화로 일부 지역은 건조해지고, 다른 지역은 홍수로 새로운 수역이 형성되면서 달팽이 서식지가 확대되고 전파 범위가 넓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치료제로는 프라지콴텔(praziquantel)이 쓰인다. 다만 기생충이 해당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놀이 인구가 많은 여름철을 앞둔 가운데 유럽 내 민물 접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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