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PRRS, 이렇게 놔둬서는 안된다’ 10. 해결책은 있다.

2025-03-05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고삐 풀린 PRRS, 잡을 수 있다…정부·업계 경각심 고취가 촉매제”

지난해 10월 초 이 시리즈를 시작할 당시 ‘이렇게 놔둬서는 안된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타이틀을 붙였다.

PRRS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컸다. 특히 정부 관심과 대책 마련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됐으면 바람이었다.

이렇게 9회까지 진행됐다. 이번 10회는 그 마지막으로, 그간 현장, 전문가 등이 제시한 현황, 대책 등을 정리하고 재편집했다.

여전히 대다수 양돈장은 PRRS 구덩이에서 헤매고 있다. 아직 PRRS에 대한 똑부러지는 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PRRS를 문제를 하나씩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는 양돈장도 적지 않다. 이번 10회는 현장솔루션 모음 성격이 짙다. PRRS 구덩이 탈출을 도와줄 동아줄이 됐으면 한다.

-PRRS는 어떤 질병인가요. 왜 못막나요. 얼마나 퍼져 있나요.

양돈질병 중 최대 경제 피해...생산성하락 주범

바이러스 변이·유전형 다양 '백신효과는 한계'

최근 고병원성 활개...음성농장 찾기 어려울 정도

이경기 연구관(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PRRS는 지난 1987년 북미지역에서 처음 보고됐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40년만에 양돈장을 위협하는 최고 골칫거리 질병이 됐다.

모돈에서는 유산, 사산 등 번식성적 저하를, 자돈·육성돈에서는 호흡기질병, 성장지연, 폐사 등 생산성 하락을 유발한다.

PRRS 바이러스는 심한 변이를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유전형을 가지며 재조합 등을 통해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더 강한 병원성을 갖는 새 PRRS가 확산되는 추세다. 기존 백신 접종은 이 바이러스에 대해 낮은 방어효과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류재언 대표(우리농장, 수의사)

9년째 양돈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 농장 인수 당시, 번식돈군과 자돈·육성돈에서 PRRS 감염이 심각했다.

번식군에서는 분만율이 저조했고, 자돈·육성돈에서는 이유두수가 형편없이 낮았다. 특히 PRRS는 다른 질병 연결고리가 됐다.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PRRS 솔루션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이론과 현실이 사뭇 달랐다.

하지만 조금씩 성공에 다가갔다. 시설 개선, 후보돈 순치 후 임신사 이동,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조금씩 PRRS를 안정화시켰다.

오유식 수의전염병학 박사(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PRRS는 가장 경제적 피해가 큰 양돈질병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7천억원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최소 1천억원 손실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PRRS 질병을 컨트롤하는 것이 농장 수익과 직결된다. PRRS 음성농장이 최선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변이, 높은 양성농장 비율, 바이러스 공기전파, 차단방역 어려움 등에 따라 PRRS 음성 농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 혈증과 배설을 줄여준다. 또한 농장 내 야외바이러스 다양성을 축소시키고, 변이종 출현을 감소시킨다. 악순환 고리를 끊어낸다.

다만 PRRS 컨트롤은 백신 하나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노현동 수의사(한국히프라)

PRRS는 다양한 경로로 전파된다. 그중 하나가 주사바늘이다. ‘1두1침’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의원성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돈에도 PRRS 백신을 많이 접종한다.

무침 접종은 노동력을 절감할 뿐 아니라 모체이행항체 간섭에 의한 자돈 백신 효과 반감을 줄이게 된다.

시중에는 이미 무침 주사기를 통해 접종할 수 있는 PRRS 백신이 출시돼 있다. 백신은 이렇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유수화 연구사(농림축산검역본부 바이러스질병과)

PRRS 바이러스는 PRRS-1(유럽형), PRRS-2(북미형) 두가지 유전형으로 구분된다. 전체 게놈 비교 시 두 유전형 상동성은 약 60%다.

PRRSV-1은 다시 4개 서브타입(Subtype), PRRSV-2는 다시 9개 리니지(Lineage)로 세분화된다.

지난해 9월까지 PRRS 진단시료 항원검사 결과, 358농장 중 307농장에서 양성(85.8%)이 확인됐다. PRRSV-1은 14.4%, PRRSV-2는 29.6%, 혼합검출 농장은 37.3%였다.

PRRSV-1은 Subtype 1A(야외주)가 80% 이상, Subtype 1C(백신 변이주)가 20% 이내로 매년 검출되고 있다.

PRRSV-2는 Lineage 1, Lineage 5(백신 변이주), Lineage 8(백신 변이주), Lineage Korea A(LKA), Lineage Korea B(LKB), Lineage Korea C(LKC)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PRRSV-2 Lineage 1은 지난해 238건 중 NADC34-like(L1A, sublineage 1.5) 84건, NADC30-like(L1C, sublineage 1.8) 151건, NADC31-like(L1B, sublineage 1.6) 3건이 나왔다.

강석진 박사(농림축산검역본부 바이러스질병과)

PRRSV-1과 PRRSV-2는 유전적으로 약 40% 차이난다. 사실상 교챠방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상용화된 백신주를 기준으로 볼 때 다른 아형과 상동성은 대부분 10~20% 차이가 있다. 백신주 교차방어 여부를 지속 평가해야 한다.

PRRS 생백신은 병원성 복귀, 백신주-야외주, 백신주-백신주 사이 재조합 등 안전성 우려가 있다.

또한 빠른 변이에 따라 면역을 회피할 수 있다. 안전성 확보와 신속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불활화 백신은 안전하지만 방어 효과가 낮다. 낮은 면역유도능을 극복할 수 있는 고함량 항원, 면역증강제 또는 보조제 개발이 필요하다.

송대섭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세계적으로 30개 이상 PRRS 백신이 개발돼 있다. 그러나 완벽한 방어 효과를 갖고 있는 백신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PRRS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감염돼 숙주 면역기능을 회피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까닭에서다.

생백신의 경우, 이종 바이러스에 대한 교차방어 효과가 높다. 하지만 병원성 회복, 새 변이주 발생 위험성이 있다.

불활화백신은 안전하지만, 면역원성이 낮다.

서브유닛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DNA 백신 등 다양한 PRRS 백신 개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해결책이 있나요. 농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백신 개발은.

지나친 백신 의존 금물...차단방역·돈군관리 병행

지역컨트롤 등 협력체계 구축...지원대책 마련도

백신, 컨트롤 최적 수단...신중·효율 사용 힘써야

이경기 연구관

PRRS 근절이 어려운 것은 감염·상재돼 있는 농장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일부 종돈장과 정액처리업체(AI센터)를 제외하고는 청정화 농장을 찾기 힘들다. 어렵게 청정화를 해도 다시 바이러스가 유입되기 일쑤다.

PRRS는 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농장에서는 신고를 꺼려한다.

제도를 보완, 농장별 질병발생 정보를 상호 공개토록 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PRRS를 관리하려면 지나치게 백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차단방역, 돈군관리 등 추가적 방제 전략이 필요하다. 농가단위 또는 지역단위 자율방역이 합리적이다.

류재언 대표

경험을 통해 PRRS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선 시설개선과 질병관리 능력을 충족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배치화된 자돈사, 안정적 환기 무창돈사, 후보돈 순치 격치, 번식돈군 백신 반복 접종 등으로 안정화시킨다.

안정화 이후에는 자유로운 올림 내림 양자관리, 자돈사·육성사 이동 시 합사 분리 관리, 돈사·돈방 이동 후 소독약없이 물 수세, 수세 후 바로 입식 등을 실천한다.

PRRS 안정화 없이 질병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5년 후 10년 후 다음세대에도 양돈을 이어가려면, PRRS 통제는 필수다.

오유식 박사

덴마크 PRRS 청정화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덴마크는 지난 2022년 PRRS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역컨트롤(ARC)에 들어갔다. 근절이 목표다.

각 지역에는 약 100개 농가가 참여했다. 모든 돼지 사육군에서는 PRRS 검사를 의무화했고, 양성군을 신속 제거했다. 여기에는 가격공제 시스템을 활용해 지원했다.

지역 수의사는 리더역할을 하며, 상호 협력을 이끌어냈다.

결국 덴마크는 2025년 음성 PRRS 사육군 85%, 음성 PRRS 돼지 도축비율 75%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PRRS는 개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러한 공동관리가 좋은 모델이 될만 하다.

노현동 수의사

백신 접종 시 돼지를 찔렀던 주사바늘 혈액에는 돼지 3두를 감염시킬 만한 바이러스가 묻어있다.

무침 접종 방식이 질병 전파를 차단하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또한 무침 접종은 근육 접종 대비, 최소 동등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입증돼 있다.

특히 피내로 백신을 접종할 경우, 더 많은 중화항체 면역을 유도해낼 수 있다.

현 백신이 완벽 방어는 힘들더라도, 컨트롤 등 PRRS를 풀어낼 최적 수단이 된다.

유수화 연구사

야외주 사이, 야외주-백신주 사이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PRRS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그 유전자 특성, 병원성을 분석한 논문이 많이 게재되고 있다.

검역본부에서는 PRRS 유전자 변이 모니터링 연구사업을 수행, 국내 방역정책, 백신 개발 전략 등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신규 PRRS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은 높다. 검역본부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비, 신속 대응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강석진 박사

PRRS 백신을 사용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PRRS는 계속 나오고,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백신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백신은 PRRS 방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다.

백신주와 야외주간 유전형을 일치시킴으로써 방어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농장에서는 정확하게 유전형을 진단하고, 맞춤형 백신을 접종해 효과적으로 PRRS를 통제할 수 있다.

검역본부는 약독화 생백신, 불활화 백신을 개발 중이다. 더불어 면역증강제를 선발하고, 백신효능을 평가할 공격접종 모델을 확립하고 있다.

송대섭 교수

백신선택보다 어떻게 백신을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음성농장에 처음 PRRS가 유입됐다면, 불활화 백신을 건강한 개체부터 시작해 전체 돈군에 접종, 청정화를 시도해야 한다.

북미주나 유럽주가 단독감염돼 지속 순환되고 있다면, 감염주와 가장 가까운 생백신을 접종한다. 자돈접종에서는 모체이행항체 간섭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권장 접종 주령을 따른다.

혼합감염이라면, 두 생독백신을 접종하기보다는 우세 감염주에 맞는 생백신을 선택한다. 생백신 교체 시에는 백신주 배출가능기간(접종 후 40~60일)을 피한다.

백신과 더불어 철저한 소독, 환기, 차단방역, 정기검사 등 철통방역에 힘써야 한다. 또한 새 바이러스 유입, 사육구간별 발생, 면역수준 파악 등을 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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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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