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기업 ‘샤오펑’(Xpeng)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2세대가 화제다. 사람이 로봇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처럼 유연하게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피지컬 AI 주도권 경쟁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추격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샤오펑은 이달 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AI 데이’를 열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2세대’를 공개했다. 지난해 1세대 모델을 선보인 지 약 1년만이다.
아이언은 이날 행사장에서 마치 패션쇼 모델을 방불케 하는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선보였다. 샤오펑 임직원이 아이언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로봇의 왼쪽 하의 아래 끝단을 직접 가위로 잘랐다. 은색 금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언은 은색 금속 뼈대를 드러낸 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샤오펑은 아이언이 인간형 척추와 근육, 피부로 이뤄졌으며 82개의 자유도(독립적으로 제어 가능한 이동축의 개수)를 갖춰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도 22개의 자유도를 갖고 있다. 샤오펑은 이번 행사에서 여성형 휴머노이드도 공개했다. 다양한 체형에 맞춰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샤오펑은 이 로봇이 실시간으로 보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언이 현실 세계를 지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한 뒤 움직이고 조작하는 능력을 갖춘 피지컬 AI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언에는 샤오펑이 자체 개발한 AI칩 튜링이 3장 탑재됐다. 연산 능력이 최대 2250TOPS(초당 2조 2500만 회 연산)이다. 이는 144 TOPS 수준으로 알려진 테슬라 하드웨어 3 플랫폼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샤오펑은 개인정보가 로봇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샤오펑은 이 로봇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주장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안전성은 더욱 뛰어나고 에너지 밀도도 높일 수 있다. 같은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이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샤오펑은 내년 아이언 2세대를 연간 1000대 규모로 양산할 예정이다. 샤오펑은 이 로봇을 전시관이나 회사 사옥 등에서 관람객을 안내하거나 매장에서 판매를 돕는 역할로 우선 활용할 예정이다. 중국 철강회사 바오우의 생산 현장에 투입돼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허샤오펑 샤오펑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이언은 전시관 내 작품 설명이나 상점 내 제품 소개, 건물 내부 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향후 10년간 로봇 판매량은 아마 자동차 판매량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 정부 적극 지원…유니테크 등 급성장
샤오펑뿐만 아니라 유니테크, 유비테크, 애지봇 등 중국 기업들은 세계 피지컬 AI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산업이 발전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는 2014년부터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일환으로 로봇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지급해왔다. 감속기·서보모터·정밀센서 등 핵심 부품의 자급률도 높였다. 이를 통해 개발·제조·시험·양산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미국 테슬라·구글·피규어AI 등도 경쟁 치열
미국도 피지컬 AI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범 생산에 들어간 뒤 내년에 판매할 예정이다. 구글은 올해 2월 3억 5000만 달러(약 5080억 원)을 투자한 로봇 기업 앱트로닉(Apptronik)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3월 주변을 인식하고 이용자의 명령을 이해한 뒤 행동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인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피규어AI는 지난달 세 번째 휴머노이드 '피규어03'을 선보였다.
이 대통령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 위해 집중 투자”
한국도 피지컬 AI 경쟁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피지컬 AI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한국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동영(더불어민주당)·최형두(국민의힘) 의원,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등 7인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현대자동차, 네이버클라우드, HD현대중공업(329180), 카카오(035720)헬스케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LG(003550) AI연구원 등 피지컬 AI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기술, 솔루션, 거버넌스 등 10개 분과에 참여한다.
주요 기업들도 피지컬 AI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미국 주요 로봇 개발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인공지능(RAI) 연구소는 다쏘시스템 솔루션 등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향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현대차그룹 완성차 공장에 시범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005930)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네이버가 로봇 운영체제(OS)·제어 플랫폼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AI 기반의 실내외 인식 기술인 ‘아크 아이’(ARC eye)와 다양한 공간을 3D로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어라이크’(ALIKE)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3일 2025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라고 판단해 핵심 역량을 '아크'와 ‘어라이크'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며 “아크는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운영체제(OS) 플랫폼”이라며 “어라이크는 위치정보시스템(GPS)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로봇이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로 해당 기술들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및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를 이달 사옥에 투입한다.
한화(000880)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454910), LG CNS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위로보틱스, 홀리데이로보틱스, 에이로봇 등 스타트업도 피지컬 AI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전방위적 지원 제공해야…파트너십 강화 필요"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수요 창출, 산업 융합, 글로벌 협력 강화라는 3대 축으로 K-로봇의 전략적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은 “로봇 산업은 단일 기업 차원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융합 산업이므로 반도체·장비·부품 등 기존 강점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미국이 AI 원천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물리적 로봇으로 구현하는 제조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므로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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