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 공고, 안 오던 직원 몰렸다…자영업 위기, 또다른 답

2024-10-22

식자재값은 비싼데 손님은 예전 같지 않다. 그나마 가게가 돌아가려면 일손이 필요한데 구인도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영업의 위기의 원인을 이야기하면 핑계 삼을 것이 줄줄이 있었다.

“소득 주도 성장 탓이다” “최저임금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 탓이다” 이런 말이 이어졌지만, 대책은 법이라는 대못이 박힌 것이라 당장 바꿀 수도 없다. 배달 플랫폼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수수료 조금 바뀐다고 사정이 나아질 리도 없다는 것을 음식점 사장들은 다 안다.

급여 줄어도 주 4일 선호 높아

그런 고민 끝에 ‘답이 없음’이 답이라며 헛웃음 치는 사이, 운영하는 가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일할 사람이 없어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고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했다. 주 5일로는 지원자가 없어 할 수 없이 근무를 주 4일 하는 구인 공고를 올려봤는데 바로 지원이 들어와 인력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 뽑힌 주 4일제 직원들은 개인 사정이 다양했다. 새로운 직업 준비를 원하는 직원, 학생인데 수업이 3일에 불과해 나머지 시간을 일해서 돈 벌고 싶어 하는 직원, 부친이 얼마 전 돌아가셔서 어머님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하는 직원 등 개인 사정에 맞춰 시간 배정을 하면 주 2일의 아르바이트 직원과 함께 휴무 없는 365일 운영이 가능했다. 물론 주 4일이라서 주 5일 직원에 비해 급여는 적어져도 본인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으니 만족도도 높아졌다. 요즘 뜨고 있는 초단기 알바 구인 앱에서는 주 5일 일하는 직장인들이 쉬는 날을 이용해 4시간이나 1일 알바에도 적극 지원한다. 이곳에선 자신의 시간을 이용하려는 부지런한 젊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홀 서빙의 빈자리를 메워 준다.

MZ 세대가 근로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누구는 돈이 더 필요하듯, 일에도 충실하고 자기 계발도 중요하며 행복한 삶의 질도 챙기고 싶다는 등 사회에 대한 요구 차체가 다양해졌다.

당장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내일의 그들을 위해 바뀌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과 시간밖에 없는 나라가 그 두 가지를 활용해 밤낮 휴일 없이 일하며 일군 나라였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며 남이 쉴 때 일할 수 없고, 놀 때 나도 같이 놀아야 하기에 시간과 인재 활용이 어려운 경직성을 갖게 됐다.

일을 더 많이 하자거나 급여를 낮추자는 주장이 아니다. 근무 형태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 시간 자원을 더 유용하게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임차료(월세)는 영업시간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지출된다. 많은 월세를 내는 업무 지역에서는 모두 쉬는 날에는 문을 닫아야 하고, 많은 투자를 한 관광지 시설은 모두 일하는 주중에는 오는 사람이 없어 한숨을 쉰다.

이번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정해 국민이 여가를 더 갖게 되어 많은 소비가 일어난 것 같지만,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며 도심의 자영업자들은 매출 부족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꼈다. 자주 쉰다고 내수가 부양되지 않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균형 있게 늘어야 경기가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간이나 주말의 근무에는 추가 수당을 법으로 강제하기에 기업은 모두 똑같은 시간과 요일에 일한다. 자영업자 역시 그에 맞춰 영업해야 하고 늦은 시간에는 거리에 손님이 없어 영업하기 힘들다. 즉 갈수록 이 사회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점점 좁게 쓰고 소비는 폭이 좁아진다.

임금 조정 없이 주 5일을 주 4일로 일시에 일괄적으로 바꾸는 식이 아니라 근무 요일, 시간, 장소에 유연성과 다양성을 부여해 시간을 넓게 쓰면 기업은 사용하는 업무 공간을 줄여가며 효율을 높인다. 외식업은 같은 4회전을 하면서도 작은 면적을 쓰고 적은 인원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 주말에만 장사하던 지방은 주중에도 수도권 손님으로 붐비게 될지 모른다.

고용의 유연화라고 하면 근로자 측에서는 ‘쉬운 정리해고’라는 인식을 하기에, 개선을 위해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화라는 관점에서 근로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시간과 인재 효율적으로 써야

우리의 유일한 자원인 인재와 시간, 이 두 가지를 더 잘 활용하는데 제한이 많아서는 경쟁력을 높일 방법이 없지 않나. 근로 유연화는 근로 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수 산업(관광·숙박·외식·교육 등)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민생 회복 지원금을 뿌린다고 경기가 살아날 리 없으니 전 국민의 근로 환경이 달라지는 정도의 개혁이 아니라면 내수 시장 자체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시간도 자원이다. 낙수 효과라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라 시간에도 유효하다. 기업이 시간을 넓게 쓰면 그 소비의 혜택은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되며 그에 반응해 내수가 확대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선거 기간 중 한 유튜브 예능 방송에서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다양성을 언급했다. 성장이 어느 한계에 이르고 규모가 완성된 경제에서 내수를 지키는 힘은 소비 인구가 아니라 소비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이미 멈춰진 노동 개혁에 고용의 유연화로 무모한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는 노동뿐 아니라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다양성 확보라는 슬로건을 걸고 모든 개혁의 중심을 다양화에 두어 규제 철폐에 나선다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개혁을 하기는 정말 어렵다. 모두가 수긍할 슬로건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고 그것이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설득이 필요하다.

남택 건축사·푸드애널리스트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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