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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판정검사를 앞두고 스테로이드제 등을 주사‧복용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1심서 무죄를 받았던 30대 남성이, 항소심과 상고심 끝에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0대 남성 A씨의 병역법 위반 사건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신체검사 2급→7급→2급→5급… 檢 “병역 감면 목적” 기소
A씨는 2013년 최초 병역판정검사에선 2급을 받았으나 2018년엔 고혈압으로 7급(재검) 판정, 이에 다시 받은 2019년 3월 검사에선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급성간염, 성선저하증 등으로 4달간 입대를 미루다 재차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 차례 ‘정상’판정을 받고 이의신청 끝에 2020년 1월 5급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
검찰은 A씨가 2018년, 2019년 병역판정검사 전에 스테로이드제, 남성호르몬제 등을 먹거나 주사해 병역연기사유를 만들었다며 ‘병역의무를 기피‧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병역법 제86조 위반이라는 거였다. 성선저하증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지만, 외부에서 인위적 호르몬(스테로이드 등)이 다량 투입된 경우 몸에서 자체적으로 호르몬을 생산하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길 수도 있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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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2심 “2019년엔 병역기피 알고도 주사” 유죄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로 판단이 갈렸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검찰이 압수해 포렌식한 A씨의 핸드폰 전자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거나 무관한 자료 폐기‧반환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쓸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더해 1심 재판부는 ‘헬스트레이너라 근육 비대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약했지만 2019년부터는 완전히 끊었다’는 A씨의 주장과, 실제로 먹거나 투약한 양이 특정되지 않았고 A씨에게 약을 전달했다는 제보자가 있었지만 ‘실제로 A씨가 그 약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도 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 측이 ‘2018, 2019 신체검사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 문제로 입대를 고민할 정도였고, 그 과정에서 성선저하증도 병역 연기‧면제 사유인 것을 알게 됐다’ ‘2019년 대회 출전을 위해 다시 약물을 썼지만 건강 악화로 중단했다’고 주장한 것을 들어 “늦어도 2019년 3월엔 성선저하증이 병역 연기‧면제 사유인 것을 알고도 2019년 5월~7월 약물을 썼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의 헬스트레이너 경력으로도 “약물이 성선저하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2019년 7월 제보자와의 대화에서 ‘고환검사를 했는데 더 작게 나와야 한다’ ‘약이 없다, 그냥 다 끊고 군대 갈까’ ‘너 아는 병원에서 피검사 할래, 어딘지 알려줘. 거기서 나쁘게 나오면 병무청 진단서 떼버리게’ 등의 발언을 한 점을 짚으며 “입영이 문제되는 시기에 고환위축 내지 성선저하증 등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약물 복용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병역법 시행령 제155조의2 6항은 병역면탈행위가 위법하다고 확정된 경우 병역처분을 다시 하도록 정한다. A씨와 같이 복무한 적 없이 병역면탈이 확정된 경우 처음으로 돌아가 병역판정검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통상 군 입대 및 복무를 할 수 있는 나이는 35세까지지만, 병역면탈 등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땐 37세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