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저출산 개인의 선택?…"사회적 고립이 낳은 문제" [Pick코노미]

2025-10-16

저출산과 자살 문제가 동시에 사회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의 사교육비·주택가격 부담과 경제적 불안정이 출산율 저하와 자살률 상승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정신질환자의 서비스 이용률은 12.1%에 불과하다. 한편 노인 복지 지출을 1인당 100만 원 늘리면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이 28.3명 감소하는 등 소득 지원이 강력한 예방 수단으로 작용함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17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연세대학교와 한국응용경제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저출산 및 정신건강 분야 근거 기반 정책 설계’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행사에서는 저출산과 정신건강 문제를 동시에 논의하며,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이 자살률 상승과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사교육비와 주택가격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그는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은 0.19~0.26% 감소한다”며 이를 2007~2023년 출산율 하락에 대입하면 전체 하락의 15.5~22.3%가 사교육비 부담 확대와 연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주 부위원장은 또한 주택 가격이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이 1% 상승하면 무주택자의 출산율은 3.8% 떨어지고, 전세가격이 1% 오르면 4.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지연이 결혼 연령 상승과 출산 지연으로 이어지며, 저출산 고착화의 악순환을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김평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자살 원인 중 정신과적 문제가 3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정신질환자는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5.77% 더 짧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신질환 진단자의 서비스 이용률은 12.1%에 불과해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낮은 치료 이용률은 사회적 낙인과 비용 부담 등 복합 요인에서 비롯되며 자살률 감소를 가로막고 있다. 아울러 정신건강 예산은 전체 보건 예산의 3% 미만으로, 2024년 대비 5.7% 감액된 상황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신건강 예산을 보건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하고, 성과 중심 예산제와 정신건강 주치의 제도 도입, 치료비 본인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단일 부처 대응의 한계를 지적하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자살 예방 업무를 포함한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환웅 건국대 교수는 노인 복지 지출 확대가 노인 자살률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 등 노인 복지 지출을 1인당 100만 원 늘릴 경우,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이 28.3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고령 남성과 독거노인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박태영 성균관대 교수는 임상·설문·행정 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예측모델로 자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맞춤형 복지·의료 서비스와 연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장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단순히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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