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의료대란’ 여파가 장기기증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인력이 급감하며 뇌사자 가족 면담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고, ‘장기기증 동의율’이 20%대로 추락했다. 반면 이식 대기자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하루 평균 8.5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17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기기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줄곧 30%대를 유지했던 ‘장기기증 동의율’이 지난해 하반기 26.3%로 낮아졌다. 2025년 8월 기준 동의율도 27.5%에 그쳐 연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선 붕괴가 유력하다. 장기기증 동의율은 법적·의학적으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뇌사 추정자의 보호자가 기증에 최종 동의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행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본인이 뇌사나 사망 전 장기 등의 적출에 동의한 경우라도 그 가족 또는 유족이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할 경우 장기기증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기증 성사는 의료진과 유가족 간 면담 결과에 크게 좌우된다. 실제로 ‘뇌사 추정자 가족들의 뇌사 장기기증 동의에 대한 영향 요인조사’ 연구를 보면, 진료의가 의학적 뇌사상태와 후속 법적 절차를 충분히 설명해 가족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기증 동의도 68.68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지난해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하반기부터 원활한 가족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 이후 줄곧 50%대 수준을 유지했던 뇌사 추정을 통보받은 환자의 가족 면담률은 2024년 상반기(1~7월) 49%로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44%까지 떨어졌다. 올해 8월까지 면담률 역시 44%에 그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기증원 역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장기기증은 의료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데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사직 및 이탈, 인력 부족으로 2024년 하반기부터 가족 면담을 위한 의료진과 코디네이터(기증원) 간 협업이 제한됐다”며 “기증 동의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가족의 ‘뇌사 상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진료과의 반복적 설명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결국, 장기기증희망등록률이 4.9% 수준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빚은 의료대란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명 나눔 현장을 위축시킨 것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6935명으로 2020년(3만5852명)보다 1만명 넘게 늘었다. 반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2023년 7만4100명에서 지난해 6만1150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8월 기준, 4만2544명이 등록해 전년 대비 감소가 확실시된다. 조직·안구(각막) 기증도 일제히 감소세다.
소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의·정 갈등이 장기기증률을 높일 면담의 기회마저 끊어버린 것”이라며 “장기기증은 의료현장의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의료현장 안정으로 생명을 잇는 나눔이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