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처뿐인 ‘의료대란’ 종료, 이런 집단행동 다시는 없기를

2025-10-17

정부가 ‘의료대란’으로 20개월간 유지해온 비상 진료 체계를 종료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 복귀 이후) 의료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20일 0시부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갈등으로 불거진 의료대란도 일단락되는 셈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강행과 의료계의 집단 반발은 국가 의료 체계를 흔들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서울 등 수도권 대형 병원의 응급실과 수술실이 멈췄다. 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는 불편과 진료·수술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겪었다. 늦었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안을 일부 조정하고 의료계가 수용하면서 의료 현장은 정상화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7984명이 의료 현장에 복귀했고 의정 갈등 이전의 76.2% 수준을 회복했다. 대형 병원의 진료량은 비상 진료 이전 대비 95%, 응급실 병상은 평시의 99.8%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약속했던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요원하다. 명절마다 응급실 ‘뺑뺑이’ 우려가 되풀이되고 서울과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의료 시스템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이자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의료 개혁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지역 의료기관 확충과 함께 의료계가 요구해온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비상 진료 기간 의료 공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비대면 진료 유지도 필요하다. 급속한 고령화에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국립의대 신설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의료대란은 마무리됐지만 의료 현장은 아직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의료 개혁 추진에 보다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회적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의료대란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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