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대통령기록물 봉인되나

2025-04-13

대통령 파면 이후 대통령실 비서진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작성한 기록물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고민하면서 흔적도 없이 폐기 및 은닉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 작업은 탄핵과 동시에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닫는 것부터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어떤 시스템에 의해 생산·관리하는지 알리지 않았다. 각종 회의에서 1시간 중 59분을 대통령 혼자 발언했다는 ‘말씀 기록’은 존재할지 궁금하다. 국정에 불법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록물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통령기록물을 훼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파기·은닉했다고 생각했던 기록이 대통령실 캐비닛과 강남 영포빌딩에서 부활해서 나타났다. 누군가의 직업의식과 제보 덕분이었다. 이런 일이 많아서 대통령기록물법에는 회수 및 추가이관 조항까지 신설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이 궐위(파면)되면 기록물을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통상 이관은 임기종료 1년 전부터 준비하는데, 파면 정국인 현재는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시민들의 관심사는 12·3 내란기록물이다. 이 기록들은 국방부, 합참의장실에 산적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직후 12월4일 새벽, 합참 결심실에서 대통령은 계엄 핵심 참모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 이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기록돼 있다면 2차 계엄 등을 계획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대통령기록물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곳이 있다. ‘대통령경호처’이다. 이곳의 비화폰 서버 및 불출대장 등은 내란 사태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증거이다. 그동안 경호처 기록물은 업무의 특징상 계속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경호처에 관리하는 관례가 있었다. 이번 경우 경호처가 내란 사태의 핵심이라 예외 없이 이관해야 한다.

기록을 없애지 못한다면 비공개 전환 시도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은 20만5000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했고 최대 15~30년까지 비공개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 예상하건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기록물을 최대한 많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할 가능성이 높다. 내란 관련 기록물도 국방, 안보상 조항을 근거로 지정할 것이다. 권한대행이 지정을 할 수 있는지 법에는 명시적으로 없지만, 전례라는 방패가 있다. 헌법재판관도 2명이나 지명했다. 기고만장하고 거침이 없다. 용혜인 의원은 지난 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가 일종의 이해 충돌임을 인식하고 기록물 지정 행위를 스스로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내란기록 은폐 방지법’이라는 법안도 제출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기록이 있어야 알권리가 있다’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제도이다. 기록을 충실히 생산해 역사에 남기자는 좋은 뜻이었다. 좋은 취지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기록을 숨기고, 은폐하는 용도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현직 대통령 재임 시절 제기된 정보공개소송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대통령은 탄핵당했으나 12·3 내란 사태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것은 대통령기록물을 온전히 보존하고, 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때 가능하다. 대통령기록관은 탄핵 이후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하여 대통령기록물의 이동이나 재분류 등의 금지를 요청하고 현장 점검을 요구할 수 있다.

법에 명시된 대통령기록관의 권한이다. 대통령기록관은 현장 점검을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내밀한 대통령기록물을 찾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역사적 사명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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