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도장깨기를 하다가 합격의 노하우를 깨닫고, 자신의 경험을 파는 걸로 창업한 사람. 헤드헌팅 스타트업 ‘캔디드’를 만든 이주환 대표를 이렇게 소개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요즘같이 취업이 어렵다는 시대에, 이주환 대표는 나름 화려한 회사 합격의 이력을 가졌다. 다섯번의 이직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아, 나는 회사 옮기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구나”를 깨달았다. 그 경험으로 창업한 것이 캔디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회사와 인재를 매칭한다.
이주환 캔디드 대표를 만났다. 이미 수많은 취업 플랫폼이 있는데, 왜 여기에 또 하나 새로운 회사를만들려고 할까.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기가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어떤 직원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이주환 대표의 이야기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취업시킨다 하더라도, 서로의 필요가 맞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이 대표가 그간 고민해 온 헤드헌팅 시장의 문제와 나름의 해결책을 들어봤다. 면접의 고수 앞에서 인터뷰를 하자니, 어쩐지 내가 면접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고 들었다
2014년에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고, 기자로 일했다. 사회부와 정치부를 거쳤는데, 곧 퇴사했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그 과정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사 후에 많은 회사에 들어가 여러 직종의 일을 해봤다. 마지막에 느낀 게 “세상에 완벽한 건 없구나”였다. 직장 내에서 자아실현을 한다고 해서 100% 만족스러운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일을 그때 깨달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회사가 수익성을 내기 위해 만든 포지션이 나한테 맞을리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나한테 맞는 걸 스스로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채용이다.
갑자기 내용이 한 단계 훅 뛴 것 같다. 왜 채용이었나
이직 경험이 많았지 않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그 과정들에서 엄청나게 조사를 많이 했다. 대기업도 합격을 많이 했고, 외국계나 공기업도 합격했었다. 그 회사를 조사하고 합격하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한 순간에 확 떠오르더라.
어떤 조사를 하고, 준비를 했나?
기업을 분석하려면, 외부에 있는 정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 그 직무를 왜 뽑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부 정보는 몰라도, 밖으로 알려진 것들을 분석하고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년사에서 회장님이 발표한 내용이 지금 채용중인 포지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아본다. 면접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면접 보려는 회사 앞을 찾아가 귀동냥을 하거나 사람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자기소개서에 녹였다. 면접관도 “젊은 친구가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아느냐” 신기해 하기도 했다.
이미 수많은 채용 플랫폼이 있다. 그런데도 이주환 대표는 ‘캔디드’란 이름의 채용 서비스를 만들었다
“얘 이직 잘한다”는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났고, 실제로 경쟁률이 센 대기업에 한 친구가 입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친구인데, 고맙다고 울더라. 그때, 남의 취업을 도와주는 것이 엄청나게 좋은 가치가 있구나 느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 ‘탤런트 애퀴지션(Talent Acquisition,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단어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헤드헌팅 업무를 하는 글로벌 회사에서도 일했지만, 그래도 더 체계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 헤드헌팅에 더 체계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창업했다.
캔디드는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많이 쓰는 리멤버도 원티드도 있지 않나. 경쟁이 셀텐데도 이 시장이 아직 괜찮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나?
풀고 있는 문제의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시장은 세 가지 국면(phase)이 있다고 본다. 첫 단계는 후보자와 기업이 서로를 모르는 정보의 희소성 단계다. 이걸 채용 플랫폼이 해결한다. 그런데 정보만 오픈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내가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지” “내가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캔디드가 보는 영역이 바로 여기, 두번째 국면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어떤 사람을 뽑길 원하는지 잘 모르나?
그렇다. 100군데 정도 미팅을 하면 그중 80~85%는 이후에 ‘잡 디스크립션(채용 직무에 대한 상세 설명)’이 바뀐다. 채용 기준이 바뀌는 거다. 보통은 일손이 부족하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 톱티어 후보자를 물색해 달라 한다. 대체로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유명 기업에서 일한 사람을 해달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건 나이브한 접근인다. 컨설팅의 영역에서 “그 회사에 어떤 사람이 왜 필요한지”를 정리해 드린다.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보통 “어디에 가고프냐”고 물으면 안정적인 곳에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아니면 그 전 회사에서 안 좋았단 것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회사나. 그런데 모든 회사는 좋은 것, 나쁜 것이 다 있다. 각 개인이 인생의 목표에 따라 커리어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연습하는 게 우리나라는 잘 안 되어 있다.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 세번째 국면은 무엇인가?
1단계, 2단계가 다 풀려도 스타트업의 취업 시장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인재풀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이 스타트업을 일하기 좋은 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시장이 잘 순환될 수 있다. 캔디드는 2단계, 1단계 국면을 잘 풀고 나서 궁극적으로는 3단계까지 문제를 푸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공감가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스타트업으로 가라고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이야기일 것 같다
후보자들이 어디를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할 때,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면서 그러한 회사가 어디에 있다고 연결을 하면, 잘 되는 부분이 있더라. 북미 사례를 보면, IB(투자은행) 업계나 컨설팅 출신이 헤드헌팅 회사에 많다. 그들은 산업군 자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산업군의 각 회사가 가진 기술력을 토대로 당신의 커리어 목표 중 공백을 채워 함께 커나갈 수 있는지 등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한다. 캔디드에도 경영 컨설팅 출신이 있기도 하고, 이런 역할 자체를 하려고 하는 거다.
캔디드가 잘 되려면 스타트업 산업계가 같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동안 스타트업 업계가 불황이었다. 경기 영향은 안 받았나?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진 않았다. 사람을 찾는 곳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최근에도 꾸준히 미팅 요청이 들어온다.
무엇을 고민하나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 IT 프로덕트를 준비 중이다. 고객을 만나고 후보자를 만나 컨설팅을 해주는 것, 그 외의 부분은 모두 자동화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스타트업에 맞는 데이터셋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AI를 통해 적절한 후볼르 찾거나 혹은 이력서를 전달하거나 추천서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3분기부터는 AI를 활용해서 후보자와 고객사 사이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훨씬 속도감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또, 자동화를 통해 수수료를 오히려 저렴하게 만드는 것을 구현해보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