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한종희 2인 대표이사 체제 복원
전영현 DS부문장, 메모리사업‧R&D 조직 직할
한종희 DX부문장, 가전사업‧품질혁신 조직 직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위기론’ 속에서도 양대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 부회장과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부회장의 ‘투톱’을 재신임했다. 오히려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해 ‘안정 속 쇄신’을 이끌도록 했다.
삼성 위기론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반도체 조직은 사업부장 3명 중 2명을 전격 교체하는 등 큰 폭의 변화를 주며 명확한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 사실상 쇄신인사의 초점이 DS부문에 집중됐다. 그러면서도 전영현 부회장에게 DS부문장과 함께 메모리 사업부를 직접 챙기도록 해 전략적 연속성을 확보했다.
2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전영현 부회장과 한종희 부회장, 그리고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으로 복귀하면서 삼성전자의 2인 대표이사 체제가 복원됐다. 이를 통해 부문별 사업책임제 확립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쇄신인사의 초점이 반도체 부문에 맞춰진 만큼 조직 쇄신에서 전 부회장의 역할도 더욱 막중해졌다. 그는 메모리사업부장도 겸임해 주력 매출원이자 캐시카우인 메모리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이끌면서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해 기술 경쟁력 회복을 이끈다.
SK하이닉스에 뒤쳐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게 전 부회장에게 맡겨진 가장 큰 과제다.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HBM4에서도 내년 하반기 개발·양산이라는 로드맵을 계획대로 이행해야 한다.
고수익 제품인 서버향 DDR5(더블 데이타 레이트5), 서버용 SSD(솔리드 스테이드 드라이브) 등에서의 기술 우위 확보도 전 부회장이 직접 챙길 부분이다.
한종희 부회장의 역할도 커졌다. 기존 대표이사와 DX부문장 및 DA사업부장 직을 유지하면서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까지 담당한다.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DS부문장이 산하 핵심 사업인 메모리사업과 R&D 조직을 직할로 두고, DX부문장이 세트 부문의 주력인 가전사업과 품질혁신조직을 직할로 두는 완벽하게 이원화된 체제다. 기존 ‘투톱’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한 모습이다.
이처럼 양대 부문 수장의 권한과 역할을 키우면서 지휘체계를 안정화시킨 반면, 산하 사업부조직에는 적극적인 쇄신을 가했다.
DS부문은 메모리 사업부의 전 부회장 직할체제 전환과 함께 다른 한 축인 파운드리(Foundry)사업은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파운드리사업 수장에는 DS부문 DSA(미주총괄) 부사장인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D램/플래시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을 거친 기술 전문가이면서도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해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한 한진만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파운드리 고객확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매년 조단위 적자에 허덕이는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현재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 사장이 파운드리 수장을 맡은 것은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사업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완공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장과 호흡을 맞춰 파운드리 기술력 강화를 이끌 사장급 CTO(최고기술책임자) 보직도 신설했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 CTO에 보임됐다. 삼성전자가 사업부 내에 CTO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선단공정 기술확보와 제조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담당해온 김용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DS부문 경영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신임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로 2020년 의료기기사업부장에 보임돼 비즈니스를 안정화 궤도에 올린 후 2024년 5월 사업지원T/F으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담당으로서 기여해왔다.
반도체 경영전략담당으로 전진배치돼 풍부한 사업운영 경험을 활용, DS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반도체 경쟁력 조기회복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DX 부문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한 부회장이 맡게 된 품질혁신위원회 신설 외에 마케팅 분야에서의 자리 이동이 주목된다.
구글 출신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인 이원진 상담역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을 맡아 마케팅과 브랜드, 온라인 비즈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났다가 1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삼성의 첫 여성 사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영희 사장은 기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자리에서 물러나 브랜드전략위원으로 이동한다.
이밖에 경계현 사장이 맡았던 미래사업기획단장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물려받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끌게 된다. 고 사장은 2008년 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어낸 창립멤버다.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13년간의 대표이사 기간 동안 축적된 경영노하우 갖춘 고 사장이 다시 한 번 삼성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경영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역량이 입증된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해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